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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묵시적 청탁’은 뇌물 아니다? 대법 판례는 “부정 청탁” 인정

등록 2017-08-28 20:57수정 2017-08-29 00:37

뇌물수수 혐의 핵심은 부정 청탁
“묵시적 의사 표시라도 무방” 판례
합병-승계 관계 대통령이 알았느냐
재판부가 캐물은 것도 그런 이유
공범 관계 인정되면 뇌물 당사자
승마지원은 부정청탁 중요치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법원 판단의 근거인 ‘묵시적 청탁’과 ‘공동정범’을 둘러싼 장외공방이 치열하다. 부정한 청탁은 반드시 명시적인 청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과 민간인이 뇌물수수를 공모했다면 공무원이 받은 것과 같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 묵시적 청탁도 부정한 청탁 이 부회장 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준 16억원이 뇌물로 인정되려면,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핵심인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가 인용한 판례들을 보면, 대법원은 2007년 1월 신구범 전 제주지사가 ㄷ산업 대표에게 30억원을 복지재단에 내도록 요구한 혐의를 인정하며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인 의사표시라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2009년 1월30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묵시적 청탁의 세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당사자 사이에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심리 중에 특검과 이 전 부회장 쪽에 ‘개별 현안과 승계작업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를 통해 ‘이 부회장 등에게 승계작업이 포괄적 현안으로 존재했고, 박 전 대통령도 승계작업의 개념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을 통한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강화됐고, 그룹 임원들도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된 상장, 합병 등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아 ‘현안’이 존재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14년 7~9월께 작성한 경영권 승계 보고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 수첩에 적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문제 모니터링’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을 인식했다고 봤다.

■ ‘공범’ 인정되면 ‘뇌물 당사자’ 최순실씨에게 준 73억원의 승마지원은 ‘부정한 청탁’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제3자 뇌물수수가 아니라 단순뇌물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에, 최씨에게 준 돈을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 부회장 쪽은 “뇌물수수를 공모했더라도 승마지원의 이익이 전부 최씨에게 귀속돼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동정범이라고 봤다. “뇌물수수 공범자들 사이에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범자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였다면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다. 형법상 ‘공동정범’이 인정되면 이익이 누구한테 갔는지 등 다른 조건은 따질 필요가 없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공범이라는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정유라 같은 학생을 정책적으로 잘 키워야 한다”고 직접 정씨를 언급하고, 이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승마지원을 특별히 챙겼다는 점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승마지원 과정에서 도움을 준 독일의 은행지점장 이야기를 듣고 그와 관련된 인사 청탁을 들어준 점도 “승마지원에 관한 뇌물수수 공모를 추단할 수 있는 유력한 간접사실”이라고 재판부는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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