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28일 오전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8일 국회에서 열린 이유정(49·사법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지명 전 이뤄졌던 정치적 의사 표현 활동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과거 대선 때 노무현·문재인 후보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전력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하며 사실상 정치인처럼 활동해왔다. 정치 편향성이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공세를 폈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헌법재판관은 정치 편향성을 가진 사람이 임명되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공무원이 아닌 시절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는 논리로 이 후보자를 방어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사안에 의견을 나타내는 건 ‘허용’되는 게 아니라 ‘권장’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후보자라고 해서 (공무원이 아닌 시절에)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도 “헌법재판관들도 정치적 다양성이 있어야 국가적인 개혁이 이뤄진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사회적 약자와 여성 인권 정책을 더 잘 실현해줄 정당과 정치인을 응원하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헌법재판관이 되면 정치적 고려나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어 2004년 민노당 홍보대사 임명과 지난 3월 민주당 ‘인재영입 후보 60명’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실제 활동을 하지 않았고, 관련 단체 실무자의 추천으로 이름이 오른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와 가족의 재산 문제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이 지난해 12억원이나 올랐고, 옥스퍼드법대에 유학 중인 장녀(22) 재산을 누락해 증여세 탈루 의혹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부동산 투자에 거부감이 있어서 주식투자를 해왔는데 부적절한 점이 있다면 송구스럽다”며 “큰딸에게 학비·체류비 외에 송금한 돈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등에 관해서는 “사형제는 헌재의 합헌 결정이 있었지만, 저는 소수의견(폐지)에 찬성한다. 보안법은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광범위하게 제한해온 만큼 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의 성적 지향에 관한 문제여서 그 자체를 금할 수 없지만, 동성결혼은 우리 사회가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 자신이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여야 4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주례회동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본회의 표결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경우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취임 첫날부터 ‘철저한 검증’을 주장하고 나서 국회 인준까지 앞날이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홍석재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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