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고 최인기님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 대리인단 및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고 최씨의 부인 곽혜숙씨가 고인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곽혜숙씨가 3년 전 숨진 남편의 사진을 들어보였다. 사진 속에서 고인 최인기(당시 60살)씨는 온갖 호스를 연결한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긴 한숨을 내쉰 곽씨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제가 사진을 다 찍었어요. 이런 상태의 사람이 사람입니까. 사람이 아니었어요. 결국 나라에서 죽인 겁니다.”
최인기씨는 좌석버스 운전기사였다. 대동맥류 진단을 받은 뒤 2005년, 2008년 두 차례 심장 주위의 혈관을 인공혈관으로 교체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대동맥류는 혈관이 부풀어오르다 파열돼 급사할 수도 있는 중증 질환이다. 최씨는 근로능력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생활비와 병원비를 지원받았다.
그러나 2013년 근로능력평가를 실시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최씨에게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내렸다. 그해 10월 최씨는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4단계로 나눠진 근로능력평가에서 3~4단계에 해당된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다시 최씨의 상태를 가장 양호한 건강상태인 1단계로 평가했다. 최씨가 살던 수원시는 이런 공단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조건부 수급자는 일자리를 얻는 등 자활에 필요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생계급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을 수 없다. 최씨는 결국 2014년 6월 한 아파트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한 지 3개월 만에 지하주차장에서 쓰러졌다. 두 달 뒤 결국 숨졌다.
30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수급자 고 최인기님의 사망사건 국가배상 소송 대리인단 및 유가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씨가 세상을 떠난 지 3주기가 되는 지난 28일, 유가족 곽혜숙씨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등은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수원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30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의 죽음은 비현실적인 근로능력 평가가 낳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사회복지 수급자의 사망에 관해 국가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씨의 죽음을 두고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표현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주인공은 최씨처럼 복지 수급 조건을 맞추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전전해야 했고, 여의치 않자 공공기관에서 재심을 받던 도중 숨진다.
글·사진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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