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페미니스트 수필가 리베카 솔닛이 지난 24∼28일 방한 기간 중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한 교사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인신공격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나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금태섭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누리꾼 모임 우주당, 닷페이스 등 단체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서울 송파 위례별 초등학교 ‘페미니스트 교사’ 최현희 교사를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교사는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은 인권문제”, “여자아이들은 왜 운동장을 갖지 못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이후, 일부 누리꾼들의 신상털기·비방에 시달렸다. 이날 권 의원 등은 △최 교사에 대한 공격 중단 △최현희 교사에 대한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보호 △성 평등 전담 부서 설치 △네이버 스쿨톡 등 포털의 혐오 발언 규제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다양성과 자유 안에서 뛰어놀도록 해야 한다”며 “여성이나 소수자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모욕·폭력을 당하지 않는 미래를 그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방치해 왔다. 디지털 미디어 세계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차별·적대의 말을 쏟아내는 사회를 만들었다”며 “그래서 우리에겐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애 전교조 여성위원장도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혐오·성폭력에 노출돼 있는지 온라인 공간을 조금만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네이버 스쿨톡은 무차별 혐오를 동조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꼬집으며 “네이버는 혐오 발언을 모니터링하고 규제하는 대책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최 교사를 옹호하는 움직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30일부터 시작한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하룻밤 새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또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의 해시태그 달기 운동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맨스플레인(‘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합한 신조어)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미국인 수필가 리베카 솔닛(56)도 지난달 말 방한해 최현희 교사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최 교사에 대한 지지의사를 사진과 함께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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