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 수사관이 최근 검찰 내부통신망에 자신이 수사하면서 겪었던 부당한 지시 등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진상을 규명하고, 검찰을 개혁해달라”고 공개 탄원했다.
지난해 검찰 내 전관예우 실태를 꼬집은 책을 펴내 화제를 모았던 최영주(52) 대전지검 천안지청 참여계장은 지난 7월2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A4 74쪽 분량의 글을 올렸다. 박상기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작성된 이 글을 보면, 그는 2011년 3월 한 지청에 근무할 때 ㄱ요양병원 비리사건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 등을 통해 핵심 피의자인 건설업자 ㄴ씨의 진술을 뒤집을 수 있는 단서를 포착했다. 그러자 검사 출신인 ㄴ씨의 변호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자백 의사를 밝혀왔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부장검사는 납득할 수 없는 혐의를 적용하라고 지시했고, 담당 검사는 이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동료 수사관들은 ㄴ씨 수사 상황을 나에게 수시로 체크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최씨는 2011년 10월 이런 내용을 정리해 ‘ㄱ요양병원 사건 수사 중 불법행위’라는 제목의 감찰 의뢰서를 작성해, 해당 지청의 감찰담당 ㄷ검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다. 최씨는 “3개월 만에 우연히 만난 ㄷ검사는 ‘당시 부장은 이미 나간 사람이고, 당시 담당 검사도 혐의를 인정할 리 없다. 우리 지청에서 영장 내용이 새어나간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듬해 2월 이프로스를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최씨는 “당시 과장이 ‘조금 전 대검에서 전화가 왔다. 글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했고, 지청장도 ‘대검에서 최 계장에 대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단 빨리 글을 내려라. 이 사람 검사실에 두면 안 되는 사람이네’라며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전출 대상이 되려면 2년이나 남았던 최씨는 같은 해 4월 인근 지청으로 인사 조처됐다. 그는 “당시 과장이 떠나는 나를 불러 ‘이미 인사가 났으니 그리 알라, 앞으로 글을 올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무소불위 검찰 권력에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작심하고 썼다”며 “그간 보복이 우려돼 가슴에만 담아뒀지만, 검찰 개혁 의지를 갖춘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최씨의 의혹 제기와 관련한 감찰 착수 여부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현재 탄원서 내용이 감찰 대상이 되는지 확인하고자 관련 자료·기록을 확보하는 등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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