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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일 연휴…쉬어서 즐거운 시민들, 쉬는게 울상인 상인들

등록 2017-09-05 18:53수정 2017-09-05 21:22

내달 2일 임시공휴일 지정
문 대통령 “내수 진작 기대”

벌써 들뜬 시민들
“휴가 덤으로 얻은 기분”
여행 상품 가격 2~3배
학원들은 ‘특강’ 특수 노려

걱정 앞선 소상공인들
중기 납품 맞추려 공장 가동
자영업자들은 문닫을지 고민
마트 노동자도 쉬기 어려워
정부가 추석 연휴 시작 전인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9월30일(토요일)부터 10월9일(한글날)까지 건국 이래 가장 긴 열흘짜리 황금연휴가 생겼다. 시민들은 ‘제2의 여름휴가’라며 반겼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했다.

정부는 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국민은 추석 연휴와 함께 유례없는 10일간의 긴 연휴를 보내게 된다”며 “국민께선 모처럼 휴식과 위안의 시간이 되고,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0일간의 긴 연휴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영세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결식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서비스 △저소득 근로자 임금 체불 방지 등 예상 피해 상황에 대한 대응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또 일용노동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등 연휴 기간에도 일하는 노동자와, 연휴가 길어서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이번 결정을 반겼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45)씨는 “정식 휴가 때도 열흘을 쉬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큰 휴가를 덤으로 얻은 기분”이라며 “확정은 지금 됐지만 이미 쉴 것으로 예상하고 가족들과 휴가 계획을 세워놓았다”고 기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주부 이주연(34)씨도 “명절 연휴 때는 늘 제사가 끼어 있어서 쉬는 느낌이 잘 안 났는데, 제사를 다 지내고 나서도 3박4일이나 남는다. 가족들과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외 주요 항공권은 대부분 매진됐고, 남은 항공권이나 여행상품들도 가격이 평소 때의 2~3배 이상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빠른 서울 대치동 일부 학원들은 긴 연휴 기간 동안 스파르타식 특강을 마련해 학생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지방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수서역과 학원 간 셔틀 차량을 배치하고, 인근 호텔을 연계해 숙식을 제공하는 학원도 있었다.

기업들의 경우엔 업종과 규모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대기업 직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 열흘을 모두 쉬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엘지(LG)전자, 롯데, 신세계, 두산, 포스코 등 대기업의 사무직들은 비상인력을 제외하고 열흘 연휴를 즐긴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간에 하루 나온다고 해도 업무 효율이 높지 않다.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만큼 직원들이 편히 쉬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 공장 직원들도 모두 쉰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량은 줄어들겠지만 이렇게 한번 쉬면서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도 하고 직원들도 푹 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계 문제나 매출 하락 우려 때문에 긴 연휴가 못마땅한 사람들도 있다. 대기업 납품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은 월별 납품 물량을 맞추려면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인천의 한 냉동창고에서 근무하는 김아무개(28)씨는 “연휴 기간 동안 닷새 정도만 쉰다. 그래도 이번엔 이전 연휴와 비교해 많이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 사는 백아무개(28)씨는 “가족 생계 문제 때문에 휴일에도 택배 등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하고 있었는데 추석 연휴에 일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아무개(37)씨도 “연휴가 너무 길면 사람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서 매출이 줄어든다. 차라리 문을 닫는 게 조금이라도 경비를 아낄 수 있는 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 유통기업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긴 연휴와 상관없이 일해야 한다. 1년 365일 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포스코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도 연휴에 쉬기 어렵다.

지난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어린이날과 주말 사이에 낀 5월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을 때 중소기업 10곳 중 3~4곳 정도만 휴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법정 공휴일이 비교적 일찍 지정된 만큼 대기업들의 납품기한 연장 등으로 중소기업 직원들도 황금연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위기가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휴로 내수 경기 부양도 기대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연휴가 길면 마트나 백화점 매출은 늘어난다. 연휴에 맞춰 나들이용이나 가족 모임용 먹거리 중심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만들어진 5월5~8일 연휴 기간과 전년 같은 기간의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액은 각각 16.0%, 1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양진 정유경 김소연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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