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업무방해죄 등 다툼 여지“
“채용기준 무시, 죄 적용가능” 지적
“채용기준 무시, 죄 적용가능” 지적
법원이 8일 ‘유력 자제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 임원 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검찰은 기각 직후, 카이의 ‘노골적 취업비리’가 반복됐던 점 등을 강조하며 기각 사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업무방해와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청구된 이아무개 카이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주요 혐의인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과 회사 내부 신입사원 채용 과정 등에 비추어 이씨의 죄책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이 지적한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이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이라는 점을 들어, 권 부장판사의 논리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카이의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11명을 부정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가운데 8명이 2015년 군검찰 수사 뒤에 이뤄진 부정채용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부정채용 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을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카이가 공기업이 아닌 사실상 사기업이기 때문에 고용계약을 자유롭게 맺을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뜯어보면 당시 카이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설사 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내부에 채용에 관한 기준이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면 업무방해 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영장심사에서 부정채용 사실을 모두 당시 하성용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책임을 미룬 것도 영장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씨가 부정채용을 실행한 당사자로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거론되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특혜 채용 청탁 의혹의 경우 책임자인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과 이를 실행했던 권태형 전 운영지원실장 등 중진공 인사 2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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