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받아 쫓겨났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전 체육국장)이 12일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대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수차례 인사 조처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2013년 체육국장 재임 때 최씨 쪽 뜻과 다른 대한승마협회 감사결과를 내놓았다가 ‘나쁜 사람’으로 찍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다. 이어 2016년 한국-프랑스 수교 130돌을 맞아 추진한 ‘프랑스 장식미술전’이 무산되자 지난해 3월 사표 제출을 강요받고 두달여 만에 물러났다. 그는 당시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 등으로부터 “대통령이 전시회를 방문하고 싶어 하는데 (무산됐으니)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등의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파면된 전 대통령과 새 정권의 차관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나누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2시40분께 노 차관이 법정에 들어선 뒤 40여분간 검찰신문이 이어지는 내내 노 차관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노 차관도 박 전 대통령 쪽 유영하 변호사가 반대신문을 진행할 때 시선을 피고인석이 아닌 정면의 법대에 뒀다.
노 차관 증언에 앞서 최순실씨가 갑자기 오열해 재판이 2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최씨 쪽 권영광 변호사는 “딸(정유라씨)의 안위가 걱정되다 보니 감정이 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 검찰은 지난 7월 정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최씨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 때문에 울컥했으리라는 설명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