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딸과 7살 아들 살해해 경찰 조사
우울증을 앓던 엄마가 자녀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또다시 벌어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3일 밤 11시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엄마 ㄱ(44·주부)씨가 11살 딸과 7살 아들을 목 졸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ㄱ씨는 귀가한 남편 ㄴ(43)씨에 의해 발견돼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현장에는 ㄱ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ㄴ씨 미안해요’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ㄱ씨는 최근 병원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았고, 남편에게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정신과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의견을 고려해 입원 후 치료경과를 보면서 ㄱ씨의 범행 동기 등을 추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우울증약을 복용하던 주부 ㄷ씨가 6살 딸과 4살 아들을 살해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에도 경기도 고양시 한 아파트에서 우울증을 앓던 30대 엄마가 5개월 난 아들과 함께 투신해 아들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충북 보은의 한 아파트에서 넉 달 된 아들이 시끄럽게 운다며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해 경찰에 적발된 30대 엄마도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단 경찰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정신과가 문턱이 너무 높다는 부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수시로 상태를 체크 받았다면 이런 극단적인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이 마실 가듯이 쉽게 상담받을 수 있는 심리지원센터 같은 공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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