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문화·예술인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조악한 알몸 합성 사진까지 조작해 인터넷에 유포했던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검찰의 조사결과 등을 보면, 지난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은 진보성향의 문화·예술인으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가 알몸으로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조작된 합성사진을 만들었다. 이 사진은 ‘민간인외곽팀’이 사용하는 한 아이디를 통해 2011년 10월 네이버 카페 ‘대한민국 긍정파들의 모임’(대긍모)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카페는 ‘북괴타도, 종북척결’ 등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 누리꾼 모임이다. 유포된 사진 아래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김여진 주연”, “육체관계”라는 문구를 다는 등 조악한 성인물 포스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구성했다. 연예계에 ‘종북세력’이 존재하고, 이들이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듯한 인식을 퍼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국정원 심리전단은 이런 ‘알몸 합성사진’ 제작·유포 계획을 국정원 상부에 보고한 뒤, 이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보고서에는 “그간 운영을 통해 검증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활용해 ‘특수 공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성향 문화·예술계 인사와 단체를 상대로 불법 ‘사이버 여론전’을 지시한 바 있다. 아울러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의 특정 프로그램 출연 배제·퇴출과 소속사 세무조사 등을 통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연예계 퇴출’을 시도해왔다. 문씨와 이씨도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TF)’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82명에 포함돼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최근 ‘좌파 연예인 대응 태스크포스’의 활동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이런 ‘알몸 합성 사진’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검찰 수사의뢰 대상에 추가했다.
검찰은 오는 18일 오전 문씨를 불러 국정원의 이런 사이버 공작과 관련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피해 사실을 직접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문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경악! 미친 것들, 검찰 조사에 응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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