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은 슨상교도들이 일으킨 무장폭동” 비하
DJ·노무현 전 대통령도 폄훼…보수 인터넷 카페 통해 유포
문성근·김여진씨 ‘합성사진’ 유사한 조작 이미지도 퍼뜨려
DJ·노무현 전 대통령도 폄훼…보수 인터넷 카페 통해 유포
문성근·김여진씨 ‘합성사진’ 유사한 조작 이미지도 퍼뜨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알몸 합성사진을 조작해 유포한 사실이 들통난 데 이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싸잡아 헐뜯는 인터넷 게시물을 작성해 온라인 여론조작에 나섰던 정황이 15일 추가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상징조작 활동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그동안 극우 성향 누리꾼들의 개별적 행위로 치부됐던 진보 인사 등에 대한 비하 이미지 제작을 비롯한 유포 활동 전반에 국정원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등 사정당국의 조사 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이던 2011년 9월 국정원 심리전단은 민간인 ‘사이버외곽팀’을 통해 ‘그들만의 민주화 운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보수 성향 인터넷카페에 유포했다. 게시물에는 ‘5·18 민주화운동’을 ‘망할 민(泯), 빌 주(呪), 재앙 화(禍), 죽을 운(殞), 얼 동(凍)’이라고 적은 뒤, “즐라(전라)인민공화국 슨상교도들이 일으킨 무장폭동을 김미화해서 부르는 용어”라고 비꼬았다. 이어 “홍어들이 대한민국 망하길 빌다가 재앙을 맞아 얼어 죽을 몹쓸 짓거리”라는 ‘뜻풀이’를 덧붙였다. 글에서 ‘슨상’(선생)은 김대중 전 대통령, ‘홍어’는 호남시민, ‘김미화’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정부 비판적 성향의 코미디언 김미화씨를 비하하기 위해 동원된 말들이다. ‘무장폭동’은 5·18 민주화운동을 뜻한다.
또 게시물에는 “정오에는 뇌물짱을 외치며 부엉이 바위와 무등산에서 번지점프를 하며…”라고 적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심리전단은 김 전 대통령의 얼굴을 배경으로 ‘김대중을 중국어로 읽으면 jin da zhong(찐따종), 13억 짱깨들도 인정하는 글로벌 찐따라는 뜻’이라는 문구를 합성한 사진 유포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성사진을 통해 유포된 김 전 대통령 비하 문구는 최근까지 극우 성향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등을 통해 퍼져왔다.
한편 검찰은 18대 대선 당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해 ‘댓글 공작’에 나섰던 이아무개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 단장을 불러 당시 국정원의 불법 지원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전날 검찰이 온라인 여론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8일 열린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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