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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 전 대통령은 국정에 올인하신 분” 정호성 ‘법정 사미인곡’

등록 2017-09-18 12:10수정 2017-09-18 21:58

18일 법정서 1년여만에 재회
증언거부하면서도 박 비호
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18일 ‘국정농단’ 재판 법정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그의 ‘문고리 실세’로 불렸던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면했다. 지난해 11월 초 정 전 비서관이 구속되며 수감생활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법정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이 정성 들여 국정에 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박 전 대통령을 비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이날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증인으로 나온 정 전 비서관이 검찰과 변호인들의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며 100여분 만에 끝났다. 그는 이날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박 전 대통령 쪽을 향해 크게 허리숙여 인사한 뒤 “오랫동안 모신 대통령께서 재판을 받으시는 참담한 자리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심적 고통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증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비밀문건을 넘긴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다. 그는 진정성립(수사기관의 조서 내용이 자신이 말한 대로 작성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포함해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재판 말미에 발언권을 얻고 7분간 박 전 대통령의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님은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이고, 부정부패와 뇌물 등에 대해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결벽증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지근거리에서 모신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고 회한이 많다”고 했다. 감정이 북받치는 듯 발언 중간 목이 잠기기도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유출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공모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연설문 등에 대해) 최순실씨 의견도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대통령님 말씀이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포괄적 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을 주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고, 사적 이익을 받으려고 하신 것도 아니었다”며 공모는 부인하고 나섰다. 이어 “문건유출 사건은 오히려 대통령님이 얼마나 정성 들여서 국정에 임하셨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좀더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라는 취지다. 아래는 정 전 비서관 발언 전문.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에 국가적으로 참 많은 엄청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도 가슴 아픈 일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슴 아픈 것은, 대통령님에 대해 너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게 많이 있는 게 눈에 보여서 참 가슴이 아픕니다. 대통령님께서는 사실 가족도 없으시고, 정말 사심 없이 24시간 국정에만 올인하신 분입니다. 특별히 낙도 없으시고 정책에서 일부 성과가 나면 그거 낙으로 삼고 보람 있게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옆에서 어떻게 사시는지 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국정에 임하셨는지 잘 알기 때문에, 또 부정부패 뇌물 이런 거에 대해선 정말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아주 결벽증을 갖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 있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사람으로서, 좀더 잘 모시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고 회한이 많습니다.

검찰과 변호인 쪽에서 여러 질문하고 제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문건유출사건 관련해서는 저는 오히려 이 사건이 사실 대통령님이 얼마나 정성 들여서 국정에 임하셨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편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이 올린 대로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국민한테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적합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없는가에 대해 늘 고민하셨고, 본인이 직접 어떻게든 잘해보시려고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 뉘앙스까지 손수 쓰시고 수정하시고 챙기고 그러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대통령님께서 ‘이거 좀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잘못된 거 아니냐’고 지적하신 부분들, ‘이렇게 좀 고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신 부분들은 확인해보면 거의 다 대통령님이 옳으셨습니다.

정말 국정에 대해 엄청난 책임감 때문에 그렇게 하실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이 지도자로서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힘드신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제가 최선을 다했고, 대통령님께서 그런 과정에서 ‘최순실씨 의견도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의 말씀도 있으셨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국정을 잘해보려는 노심초사였습니다. 제가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대통령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나름 노력하노라고 했고, 거의 매일같이 집에도 못가고 노력했는데, 제가 여러 가지로 잘하려고 하다가 과했던 부분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최순실씨 주거지 등에서 여러 문건이 나온 것을, 어떻게 최순실씨가 가지고 있었느냐고 했을 때, 준 건 저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에 대해서는 그걸 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신 것도 아니고, 건건이 뭘 줬는지도 모르십니다. 사적으로 이익 받으려고 하신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한 것이었는데 그게 어떻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저하고 대통령님께서 공모해서 최순실씨한테 문건을 줬다는 부분은 정말 과하다고 생각해서 도저히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재판에서 제 혐의에 대해서 인정하고 공모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재판장님 판단을 구한 것입니다. 저는 사심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재판장님께서 현명하신 판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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