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인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김명수의 대법원장 행은 온 국민의 음양의 후원과 염원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6년간 온 국민의 사법 상머슴이 되는 자리”라고 말했다.
한인섭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글에서 “31년 판사 김명수의 대법원장 됨을 축하한다”며 “(대법원장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6년간 온 국민의 사법 상머슴이 되는 자리”라고 썼다. 그는 이어 “무거운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에, 그 책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모아가야 하고, 또 그런 역량을 모아줘야 한다”며 “김명수 후보는 가인 김병로 선생과 동기 한기택 판사를 존경한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강직 불굴의 김병로 대법원장과 늘 권위의식 없이 사건 앞에 고민했던 판사 한기택을 한 번씩 떠올려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인섭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한인섭 위원장은 또 “아울러 그 자리는 박시환, 전수안 두 훌륭한 선배의 아낌없이 비우는 자세에서 생긴 것이고, 김이수 재판관의 희생 위에 가능해진 자리이기도 하다”며 “무엇보다, 오늘 그 자리의 임명권자는 박근혜였을 수 있다. 그러면 그의 대법원장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자리는 국정농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탄핵과 대선을 거쳐, 또 국회 청문회 및 표결이라는 난관을 뚫고 만들어진 자리이다. 그러한 전 과정은 촛불 들고 겨울을 밝혀낸 온 국민들의 매서운 집단의지로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김명수의 대법원장행에는, 이런 온 국민의 음양의 후원과 염원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의 아픔을 가슴에 담고, 국민의 마음에 들어 있는 진실과 정의의 잣대를 명료화하는 데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인섭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77학번,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대학 생활을 해야 했던 그 동기가 개인적 흠결 하나 없이 대법원장에 이르니, 속으로 희열이 나오면서…아…그런데 갑자기 바람에 스치우는 스산한 흰 머리카락 하나”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존경한다고 언급한 고 한기택 판사는 평소 “목숨 걸고 재판한다”는 신조로 살았던 인물이다. 1980년대 사법부가 정권의 압박에 무너져 내렸을 때, 한기택 판사는 몇몇 소장판사들과 함께 ‘새 대법원 구성에 관한 성명’을 내고 첫 서명자로 이름을 올리며 저항했다. 한기택 판사는 생전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진정한 판사로서 나의 삶이 시작된다. 판사로서 목숨 걸고 악착같이 붙잡아야 할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법정에 있고 기록에 있는 다른 무엇이다”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한기택 판사는 2005년 7월 휴가 중 심장마비로 숨졌다. (▶바로 가기 :
[한인섭 칼럼] 한기택이라는 판사)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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