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백남기투쟁본부는 23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고 생명평화 일꾼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숨진 고 백남기 농민 타계 1주기를 맞아 서울 도심에서 추모대회가 열렸다.
농민과 노동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백남기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는 23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고 생명평화 일꾼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25일은 백 농민이 숨을 거둔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서 백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물대포를 맞고 316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다 지난해 9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국민의 애도 속에 고향 보성에서 노제를 지낸 뒤, 광주 북구 망월동 옛 5·18묘지에 안장됐다.
투쟁본부는 “(백 농민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정부의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면서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 일어나지 않고, 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추모대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추모대회엔 5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해 고인의 뜻을 기렸다. 이들의 손엔 ‘우리가 백남기다’라고 적힌 손팻말이 들렸다. 추모대회엔 농업정책 개혁,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등 각계의 요구가 이어졌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백 농민이 떠난 지 1주기가 됐지만, 쌀값은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은 상황”이라면서 “백 농민이 마지막까지 외친 쌀값 보장, 밥쌀 수입 반대의 외침은 생존권의 요구를 넘어 한국농업의 절규였다. 현 정부는 농업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문정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그 날(2015년 11월15일) 경찰의 차벽과 물대포가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배반하고 공권력을 불법사용해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났다”면서 “남은 것은 책임자 처벌과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검찰은 물대포 국가폭력 살인사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씨도 무대에 올라 추모제에 찾아온 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백씨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주시고 마음 보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경찰이 인권 경찰로 환골탈태할 때까지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추모대회엔 송경동 시인이 추모시를 낭송했고, 이소선 합창단을 비롯해 가수 문진오씨와 이상은씨가 추모공연을 열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대회’ 사전집회를 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교통체증과 위험성 등의 이유로 막았던 트랙터 행진도 허용했다. 연합뉴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농민대회 일부 참가자들은 ‘쌀값 보장’을 요구하는 포대를 메고 대회에 참여했다. 연합뉴스
이날 추모대회에 앞서 오후 4시께 백 농민이 2015년 물대포를 맞았던 종로1가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백남기 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을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쌀값 보장을 위한 정부정책 발표와 시행 △농민이 참여하는 농정개혁 진행 △개헌 논의에 농민의 권리보장과 권리 증진 내용을 포함할 것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농민대회는 2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열렸지만, 당시 농민들을 막았던 경찰의 살수차와 차벽은 이날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교통체증과 위험성 등의 이유로 막았던 트랙터 행진도 허용했다. 박수진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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