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이유서를 ‘늑장 제출’했음에도 법원이 항소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을 두고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검 쪽은 김 전 실장이 법에 정해진 기간을 넘겨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만큼 심판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내부에서는 ‘실체적 판단’을 위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심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향후 재판부가 어느 범위까지 심리를 진행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특검법’이 정한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7일)을 넘겨 항소이유서를 냈는데,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기간 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항소를 기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권조사 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을 때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김 전 실장은 항소장에 이유를 적지 않았고,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지난 26일 “이 사건의 경우 직권조사 사유 범위 내에서 본안을 심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김 전 실장에게 ‘예외’를 인정한 셈인데, 법조계에선 형사소송법에 직권조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검 쪽은 직권조사 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쪽은 “(이번 사건은) 그동안 대법원에서 판시한 직권조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대법원은 단순한 증거 취사의 잘못이나 사실오인, 양형부당은 직권조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심에서 이미 쟁점과 관련해 다투었고 그에 대한 원심 판단이 이뤄진 사항인데, 항소이유서도 내지 않은 사건에 대해 추가 변론이나 증거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법원 내부에선 좀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판사는 “형사사건에서는 ‘실체적 진실’이 중요한 만큼 일단 1심 판결에서 법령 적용 등이 잘못된 게 없는지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 같다”면서 “본안 심리를 거친 뒤에도 항소 기각 결정을 하는 결정문을 쓸 수도 있는 만큼 예단을 가지긴 이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직권조사는 검찰의 적법하지 않은 공소 제기 등 대부분 절차적인 것을 위주로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항소이유서를 늦게 냈는데도 재판부 직권으로 증거조사 등을 더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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