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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기업 채용 비리 보도, 왜 계속돼야 할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7-09-29 20:00수정 2022-08-19 15:40

지난해 11월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인 공공기관 5곳 중 1곳은 채용 부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획재정부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11월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인 공공기관 5곳 중 1곳은 채용 부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획재정부 누리집 갈무리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장군이 되기 위해서도, 교수·교사가 되기 위해서도, 구청 청소부가 되기 위해서도 부탁이, 건넬 돈이 필요했거나 필요하다는 사실. 너도나도 그 액수를 읊기까지 합니다. 오다가다 아파트 분양가 입맛만 다시듯 ‘얼마라더라, 얼마라는데…. 그렇게나? 에효….’

모두 다 알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 모두 말하지만, 그 질서에 모두 묶이어 순응하고 낙오하길 마다하지 못합니다.

돈 주고 교단에 서게 되는 분들이 제자들에게 ‘올바름’을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은 지나치게 상투적이라 외려 공허하지요.

<한겨레> 디스커버팀은 7월말 ‘공공기관 채용비위’를 주제로 탐사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달 5일부터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서관이 강원랜드 과장 경력공채에 부정입사한 사실을 1보 삼아 29일 현재까지 45꼭지의 후속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걸릴 것 같으면 시도도 안 할 것이 청탁이라 수사권도 없는 기자 넷이 할 법한 기획인가 장고했는데, 안 했다면 그 많은 제보자들과 시민들의 에염이 구천을 어찌 헤맸을까 싶습니다.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도 청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강원랜드 대규모 부정채용’ 사건 중심의 1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힘써 인턴비서를 입사시켰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을 포함해 최근 5년 온갖 부정채용이 벌어졌던 공공기관을 개관하는 2부가 얼개였습니다. 강원랜드와 중진공이 그 부정한 세계의 축소판이고, 강원랜드 청탁자가 중진공 청탁자, 석탄공사 부정입사자가 그 세계의 부정입사자들과 닮았습니다. 청탁 있는 곳에 또 차별이 있었습니다. 대학 차별, 나이 차별…. 특정인을 우대하려면, 일반 지원자에겐 엄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지원자에겐 담을 높여 청탁 대상자에게 사다리를 주는 격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나는 알고 있습니다. 구제금융 여파가 다 가시지 않았던 2000년대 초. 품성도 실력도 좋은 후배가 바라는 취업이 잘 되질 않았습니다. 여성이라 더 고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졸업한 지 1~2년, 전해온 소식은 짧았습니다. “가족들과 식사한 뒤 조용히 방에 들어가 목을 맸다고 해요.”

비슷한 기억, 그러저러한 소식 하나씩을 우리는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1·2부로 이 기획을 마칠 수 없습니다. 주요 기관들에서 또 다른 국회의원이 청탁한 사례, 박근혜 선거캠프 유력자가 청탁한 사례, 고위 경찰이 청탁한 사례 따위 의심하기 어려운 내밀한 제보들과 그 울분을 오롯이 기억하며, <한겨레> 디스커버팀은 잠시만 추석 연휴 들어가겠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간조선>과 진행한 최근 인터뷰(25일 보도)도 담아가겠습니다.

홍 대표는 <한겨레> 보도를 ‘정부에 의한 야당 의원 신상털기’로 간주하면서, “최근 불거진 강원랜드 취업 특혜 사건을 보자. 강원랜드에 ‘폐광특별법’이라고 있다. 폐광 지대 주민들은 그 자제들을 포함해 우선 취업 조항이 있다. 거기 주민들이 자녀 취업시켜달라고 국회의원에게 부탁하고 그걸 받아주는 건 국회의원의 직무”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폐광 지대 입주 기업은 이주자·지역주민·탄광근로자를 우선 고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청탁명단’에 이름 올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부탁’이든 ‘청탁’이든 한 적이 없다 하는 겁니까. 권성동 의원 지역구 강릉은 어느 나라 법으로 폐광 지원 대상이 됐던가요.

홍 대표는 “취업시켜주면서 돈을 받으면 나쁜 행동이지만 자기 지역 민원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걸 마치 범죄인 양 몰아가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한가위 뒤 <한겨레> 디스커버팀이, 그래서 3부 기획을 이어가겠습니다.

청탁이 난무하는 세계에선, 실력자도 청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죄인 내지 피해자가 됩니다. 다행히 취업해도, 더 막강한 뒷배의 동료와 다투게 되니, 이건 끝이 없는 전쟁 지옥입니다.

이번 한가위 길어 더 넉넉해야겠습니다. 구직난에 야위고 몸서리치는 자녀를 위로해주시고, 낮게 들려주십시오. “네가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니란다.” 추석 뒤 뵙겠습니다. 디스커버팀(류이근·조일준·최현준·임지선 기자) 대표해 인사드립니다.

임인택 디스커버팀 팀장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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