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강서구를 사랑하는 모임 관계자들이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찬성 서명인명부’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긴 추석 연휴를 맞고도 마음이 편치 않다. 찬반 논란이 거셌던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연휴 직전까지 동분서주했지만, 연휴 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안하기만 해서다. 혹여라도 강서구에서 학교 설립이 무산된다면 다른 지자체로 ‘님비 현상’이 번져갈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이들은 말한다.
고교생 장애 아들을 둔 이진희(52·서초구)씨는 강서구 특수학교 논란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6일 강서구(서진학교)와 서초구(나래학교) 특수학교를 2019년 3월 개교한다고 밝혔다. 1년반 뒤에나 서초구에 특수학교가 생기는 탓에, 현재 이씨는 차로 1시간 거리인 경기도 광주의 특수학교로 아들을 등하교시키고 있다. 그는 “교육청과 구청이 약속해도 중간에 무너지는 걸 너무 많이 봤다. 서초구는 강서구처럼 주민 반발이 심하진 않지만 끝까지 마음 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랑구에 사는 이순식(38)씨의 아들(18)은 자폐를 앓고 있다. 중랑구에 특수학교가 없어 광진구에 있는 학교로 통학한다. 길게는 편도 1시간30분여 버스를 타야 한다. 이씨는 구청과 교육청으로부터 늘 “부지 2~3곳을 조율 중”이라는 얘기만 3년 넘게 들었다. 그는 “특수학교는 다 지어질 때까지 가봐야만 최종 설립을 안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장애 아동 부모들은 연휴 전날인 지난 29일까지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분주히 보냈다. 이날 오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서울지부와 ‘강서구를 사랑하는 모임’(강서사랑모임) 관계자들은 특수학교 설립 지지 서명 10만500여명분을 서울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지역모임인 강서사랑모임의 김상일 대표는 “부모님들의 ‘무릎 꿇은 영상’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지지 서명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청 앞에서 주민 50여명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주민 반발은 여전하다. 29일 오후 강서구청 앞에선 주민 50여명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한방병원 설립 촉구’ 집회를 열었다. 가양동에 산다는 여성 ㄱ(55)씨는 “강서구에 이미 장애인 복지시설이 많고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쁜 꽃과 아기를 보며 살고 싶지, 장애인 보며 살고 싶겠나. 언론 보도 편파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온 탁수명 강서구의회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민들 입장에서 당연히 특수학교 건립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약속한대로 한방병원을 지어달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수지 선담은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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