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태양아래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역대급 추석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검찰은 공안·특수부를 중심으로 곳곳에 불이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추석 연휴 뒤 곧바로 처리해야할 대형 사건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하일라이트인 박근혜 대통령 선고 공판이 추석 연휴 뒤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가정보원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점점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검찰 주요 부서 일부는 이번 추석에 오히려 ‘업무 대목’을 맞게 됐다.
숨 고를 틈이 없다. 검찰 업무가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곳은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2차장 산하 부서들이다. 국정원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이 ‘민간인 여론조작팀’ 사건으로 확산된 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시도에 이어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건네는 ‘국정원 적폐’ 자료가 하루를 멀다하고 검찰로 넘어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 진재선)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공안 3부에 해당) 만으로 인력이 부족해, 외사부까지 투입해 검사 15명에 이르는 전담수사팀을 운영하는 데도 추가 인력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소환,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구속을 연장했다. 이튿날 <문화방송>(MBC><피디수첩> 피디들을 잇따라 소환한 데 이어, 방송인 김미화씨 등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쪽은 “저희도 추석 전날, 다음날 성묘는 해야하지 않겠냐”며 “그 정도만 쉬고, 연휴 기간에도 (참고인 또는 피의자의) 출석 협조만 되면 조사를 계속 할 것이다. 소환자가 없어도 다른 일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차장 산하 특수부서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정농단 사건 공소 유지를 주로 담당하는 특수 4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올인’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구속 기간이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16일 밤 12시 만료되는 탓에 ‘석방’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절박하다. 앞서 지난달 26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일부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해주실 것을 요청한다”며 구속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부는 국정원이 친정부 연예인 등을 관리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사건에 대한 수사를 비롯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소환도 검토하고 있다. 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1호 사건’으로 불려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 사건도 마무리해야 한다.
1차장 산하 형사부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이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추석 이전에 백남기 농민 사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추석 전에 일단 모든 조사를 완료하고, 연휴 뒤 10월 안에 형사처벌을 할 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연예인 사건들도 형사부의 ‘편한 연휴’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검찰은 현재 배우 송선미씨 남편 고아무개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친인척에 의한 청부살해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고씨의 사촌동생이 고씨 살해 용의자에게 ‘청부 살해 업자를 알아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가수 김광석씨 타살 의혹과 관련된 수사도 1차장 산하 형사 6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역대 최대 규모 채용비리인 ‘강원랜드 사건’ ‘야구선수 양준혁씨 사기 피해 사건’ ‘이혜훈 자유한국당 의원 금품수수 의혹 사건’ 등도 처리해야 한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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