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청와대 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일간베스트’ 사이트 폐지 청원.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사촌동생 인증한다. 고2다. 일베 파이팅.’
지난 4일 누리집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이런 글과 함께 방 안에 누워 있는 여성의 몸을 찍은 사진 두 장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자신이 이 사진을 직접 찍었다는 사실을 인증하기 위해 ‘ㅇㅂ’(일베의 초성)을 그려 보인 왼손도 함께 사진에 담았다. 이 게시글에는 추천수 500여개, 댓글 200여개가 달렸는데, 대부분 성희롱성 댓글이었다. 지난 5일 청와대 누리집에는 일베의 ‘사촌 인증글’을 문제 삼으며 ‘일베를 폐쇄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촌동생 인증’은 일베 등의 누리집에서 명절마다 일종의 놀이처럼 행해졌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도 ‘사촌동생 인증간다’, ‘사촌동생 도착했다’ 등의 제목으로 명절을 맞아 한곳에 모인 여성 친척의 몸을 몰래 찍은 사진들이 올라왔다. 일베 누리꾼들은 몸매 평가 등 성희롱성 댓글을 달았다. ‘사촌동생 옷에 음식을 쏟은 뒤 짧은 핫팬츠로 갈아입혀라’ 등의 내용이 ‘사진 찍기 좋은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서로 공유되는가 하면, 사촌동생 외에도 여동생, 친누나라는 제목으로 다수의 도촬(도둑촬영)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연휴 마지막날인 9일 오후 일베 누리집의 실시간 검색 순위에는 ‘사촌’, ‘사촌동생’, ‘인증’ 등이 각각 1·3·4위를 차지했다.
‘명절 사촌동생 인증’처럼 타인의 신체를 몰래 찍어 올리는 행위는 불법이다. 성폭력특별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타인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촬영하거나 배포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9일 오전 일간베스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사촌과 사촌동생이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누리집에 올라온 ‘일간베스트 사이트를 폐지해주세요’라는 청원글에는 9일 오후 2만2000여개의 동의가 달렸다. 청원 게시자는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로 유명한 일베는 사회적 이슈로도 자주 떠오르는데 왜 진작에 폐지가 안 됐는지 궁금하다”며 “명절 시즌에는 ‘사촌’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몰카 관련 게시글과 희롱 댓글 역시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여파 사무국장은 “누나, 사촌동생처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을 더 심하게 모욕할수록 남성사회 안에서 자신의 지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촌동생 인증’의 핵심”이라며 “여성의 몸을 유희의 도구로 사용하는 이런 행위는 또 하나의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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