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인선(28)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책 사진. 추석 연휴동안 쉬면서 읽은 책들이 무엇인지 설명을 덧붙였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정인선(28)씨는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석 연휴동안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올렸다. 책 표지 사진과 함께 “‘이런 글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책”, “반성문 써 내려가는 마음으로 읽었다” 등의 짧은 소감을 함께 올렸다. 정씨는 “내 관심 분야가 무엇인지 알려서 주변 사람들이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길 기대하고 올렸다”고 했다.
최근 ‘읽는 것’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독서의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읽고 있는 책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책 속 구절을 사진으로 찍거나 베껴 쓴 뒤 공유하기도 한다. 혼자서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읽은 책을 인증하거나 소개하는 이런 흐름을 ‘읽다(reading)’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쳐 ‘리딩엔터테인먼트’라고 부른다.
지난 7월 진은혜(29)씨가 지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책 사진.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달 29일 수도권 20대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공개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7.3%는 ‘독서 중인 책이나 마음에 드는 문구를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인증한다’고 답했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읽은 책이나 좋은 문구를 종종 공유한다는 진은혜(29)씨는 “작가들이 참신하게 쓴 글을 보면 충격적이고 신선해서 공유하게 된다”며 “일종의 지적 허영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책 인증’은 통계로도 드러났다. 지난 7월 출판사 미래엔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성인의 독서 소비 습관 자료 약 2300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주제로 여행(1524건)이 가장 많았고 책(882건)이 뒤를 이었다. 9일 오후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으로 검색해보니 약 120만개의 게시물이 나왔다. ‘책스타그램’ 게시물도 110만개에 달했다.
지난 9일 인스타그램 아이디 ‘dawn_ch97’ 이용자가 올린 사진.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를 읽고 한 구절을 따라 썼다.
송민호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자신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나 한 구절을 타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자신의 독특한 취향을 타인에게 알리고 싶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더 강화된 것”이고 분석했다. 송 교수는 이어 “출판과 독서 문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칫 (인터넷에 올리기 좋은) 특정한 서적에 대한 쏠림 현상 등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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