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꼭 알아야 할 쟁점] ② 전력수급
문재인 정부 ‘8차 전력수급’ 전망
7차보다 2030년 예상치 12.7GW↓
원전 12기 안 지어도 되는 전력량
“과다 예측 경제학자들 반성해야”
원전론자들 수요증가 주장하지만
전기차 따른 수요증가치 이미 반영
‘4차 혁명’ 증감요인 공존…변수 제외
“스마트공장 등으로 되레 수요 줄 수도”
전력수요 정점 때 약정 소비 줄이는
‘수요자원 관리제’도 원전감축 대안
대기업들 적극 참여 안해 무용지물
“패널티·인센티브로 이행 강화해야”
문재인 정부 ‘8차 전력수급’ 전망
7차보다 2030년 예상치 12.7GW↓
원전 12기 안 지어도 되는 전력량
“과다 예측 경제학자들 반성해야”
원전론자들 수요증가 주장하지만
전기차 따른 수요증가치 이미 반영
‘4차 혁명’ 증감요인 공존…변수 제외
“스마트공장 등으로 되레 수요 줄 수도”
전력수요 정점 때 약정 소비 줄이는
‘수요자원 관리제’도 원전감축 대안
대기업들 적극 참여 안해 무용지물
“패널티·인센티브로 이행 강화해야”
“지난 6,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당시 수요예측이 과다했던 것은 모두가 안다. 경제학자들이 참 무책임하다. 잘못된 예측을 했으면 반성을 해야 한다.” 전력산업연구회·대한전기학회 주최로 지난달 28일 열린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전력분야 대응방안 대토론회’에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한 말이다.
수요예측은 에너지 정책의 첫 단추다. 미래의 전력수요를 과다 예측하면 그만큼 필요 없는 발전설비를 짓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자원낭비이고 건설사와 발전업계 배만 불린다. 정부가 15년 단위의 전력수급계획을 2년마다 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도 긴요하지만, 동시에 전력생산의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낸 7차 계획(2015~2030년)에서 2030년 전력수요량을 113.2기가와트(GW)로 내다봤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가속페달을 밟았던 신규 핵발전소(원전) 건설사업을 계속해 2030년엔 핵발전소를 35기 두려고도 했다.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24기다.
그러나 올해 연말 발표될 8차 계획을 세우고 있는 ‘워킹그룹’(산업통상자원부가 임명한 전문가들)은 2030년 전력수요가 100.5기가와트일 것으로 내다본다. 7차 계획에서 12.7기가와트가 줄었다. 핵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을 1기가와트로 보면, 7차 계획은 불필요한 약 12기의 건설을 ‘합리화’했던 셈이다.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여부를 결정할 신고리 5·6호기도 이 12기에 포함된다.
■ 7차 수요전망 113.2GW→ 8차 전망 100.5GW
정부의 전력수요 전망은 경제성장률, 인구, 기온 등을 종합 고려해 기준수요를 산출한 뒤 수요감축 목표량을 빼고 수요증감을 부르는 사회환경과 정책 변화를 반영해 세워진다. 8차 계획 워킹그룹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다본 연평균 경제성장률(2.43%),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분석의 전제로 삼아 2031년 기준수요량이 113.4기가와트가 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수요감축 목표량(2031년 13.2GW)을 뺄셈하는 등의 보완을 거쳐 2031년 전력수요량이 101.1기가와트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6차 계획(2013년) 때는 경제성장률을 3.48%, 7차 계획 때는 3.06%로 반영했다.
이에 대한 핵발전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쪽은 시민참여단에 배포한 자료집에서 “전기차,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이 확대되고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전력소비가 큰 폭으로 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차 계획 워킹그룹은 이미 수요전망에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2030년까지 100만대’에 따른 수요증가 전망치를 반영해뒀다. 워킹그룹은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제주도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충전 패턴을 반영해, 전기차 확대로 늘어날 수요량을 0.3기가와트로 봤다. 다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수요증감 효과는 반영하지 않았다. 수요전망 워킹그룹 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효과는 증감 요인이 공존하는 것으로 검토됐다”며 “불확실성이 많아 변수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이 되레 전력수요를 줄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양석훈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신규 장비 출현으로 전력소비가 증가하겠지만, 전력소비를 최적화하는 스마트공장이나 스마트빌딩, 전력 송배전 손실을 줄이는 지능형 송배전 등의 초연결 전력 플랫폼(하이퍼-커넥티드)이 구축되고 공급이 아닌 수요 중심의 전력관리체계로 전환하면 전반적인 전력소비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수요자원시장 활성화로 불필요한 설비 감축
여기에 미국에서는 매우 활성화된 수요자원(DR·Demand Response) 관리제도를 적극 활용해 발전설비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발전설비는 한여름이나 한겨울 전력소비가 많은 ‘피크타임’ 때의 수요에 맞춰 준비되는 만큼 피크타임 수요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설비도 줄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전력거래소가 수요자원시장을 운영하고는 있다. 기업이나 상업시설 등이 시장에 참여하기로 하고 전력거래소와 계약한 뒤 피크타임 때 전력감축 지시가 오면 약정한 소비량을 몇 시간 줄이는 방식이다. 2011년 9월 전력대란이 일어난 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도입됐다. 현재 수요자원시장으로 확보한 전력은 4.3기가와트로 핵발전소 4기 용량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 수요자원시장 참여자들은 약정과 달리 전력을 감축하지 않아도 ‘기본정산금’을 받는다. 우원식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자료를 보면, 2014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수요자원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이 감축 규모와 상관없이 받은 기본정산금은 1574억원이었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요자원시장인 미국 동부의 ‘피제이엠’(펜실베이니아·뉴저지·메릴랜드) 수요자원시장에서는 감축 이행 미달 참여자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 또 약정 용량을 초과 달성한 참여자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한국에서도 감축 발령 조건을 충족했을 때 이를 실행하는 시장 참여자에게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줘 이행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10일 이인호 산업부 차관은 수요자원시장에 참여하는 현대제철 공장을 방문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수요관리가 중요하다”며 “수요자원시장이 활성화하면 건설해야 하는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다. 앞으로 가정도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수요자원시장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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