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문화정보원 사무실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안쪽에 보이는 유리 칸막이 안에 5년간 75억여원의 국고 사업을 따내 ‘유착 의혹’을 받는 ㅍ사 직원들이 입주해 있다. 한 내부관계자는 “ㅍ사가 항상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사업부에서 회의하는 내용을 다 들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한 공공기관 간부들이 수년간 부실한 정부 감시를 틈타 특정 업체에 수십억원대 사업을 몰아주고, 인사 전횡을 휘두르는 등 각종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드러났다.
12일 <한겨레>가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를 자료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에스아이(SI·시스템통합)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문화정보원은 20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235억여원어치 국고 지원 사업을 진행했는데, ㅍ사가 75억여원어치를 수주했다. 정보원 전체 사업 규모의 31.9%에 이른다.
ㅍ사는 지원한 사업마다 모두 낙찰받았는데, 그 배경에는 정보원과의 짬짜미가 있었다. 오 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정보원과 ㅍ사는 지난해 7월 12억여원 규모의 ‘문화데이터 융합 오픈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했는데, 4개월 전 정보원 ㄱ부장이 ㅍ사 관계자로부터 이 사업의 계획서 등을 제출받았다. ㄱ부장은 이 계획서를 토대로 사업제안요청서를 조달청을 통해 공고했다. ㅍ사가 낙찰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심지어 ㅍ사는 정보원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정보원 관계자는 “사업계획서 자체를 ㅍ사가 짰기 때문에 낙찰이 안 될 수 없는 구조다. 관련 업계에선 ‘ㄱ부장을 통하지 않고선 정보원 사업 따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돈다”고 말했다. ㄱ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입찰에 내가 개입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모든 사업을 문체부 확인을 받아 진행했고, 매년 감사를 받았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보원과 ㅍ사의 특수관계 배경에는 당시 새누리당 실세였던 한 의원이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정보원 ㄴ부장에 대한 각종 의혹도 쏟아졌다. ㄴ부장은 2014년 3월 청년 인턴 ㄷ씨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근무한 적 없는 ‘유령인턴’이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ㄷ씨의 급여를 두배로 부풀렸다. ㄷ씨 손가락 두개 중 하나는 ㄷ씨, 다른 하나는 유령직원의 지문으로 등록한 뒤 ㄷ씨가 출근할 때마다 손가락 두개로 각각 출근 인증을 하는 식이었다. ㄷ씨는 정보원 이사로 활동한 한 대학교수의 추천으로 정보원에 발을 들여 현재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ㄷ씨는 지난 11일 <한겨레>와 만나 이런 사실을 시인했다. ㄴ부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필수 근무 기간(3년)을 못 채워 승진 대상이 아닌 직원들을 승진시키기도 했다. ㄴ부장은 “유령직원 부분은 전달 밀린 급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불법인 줄 몰랐다”며 “인사는 모두 원장이 한 일이며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오 의원은 “정보원은 2002년 기관 설립 이후 사실상 처음 국정감사를 받는다. 오랜 기간 사각지대에서 부패했다.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엄정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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