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살해·시신유기 사건의 공범인 ‘어금니아빠’ 이아무개씨 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 딸, 아빠 지시 없는데도 수면제 2알 더 줘
경찰 “딸, 아빠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게 종속”
경찰 “딸, 아빠에게 심리적으로 강하게 종속”
‘어금니 아빠’ 이아무개씨가 딸의 친구인 피해 중학생을 추행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지난달 초 아내가 투신해 죽은 뒤 딸에게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득해 피해자를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씨를 청소년성보호법의 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살해 사실을 알고서도 도피를 도운 지인 박아무개(36)씨도 범인도피·은닉 혐의로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추행유인·사체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의 딸(14)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협의 후 신병을 처리할 예정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께 중랑구 망우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딸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딸을 시켜 전날 준비한 수면제가 든 음료수 병을 피해자에게 건네 먹였다고 한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한달 전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딸을 설득해 피해자를 집까지 오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피해자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자 딸이 집을 비운 사이 피해자를 추행했고, 이튿날인 1일 낮 12시30분께 깨어난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신고할 것이 두려워 수건과 넥타이를 이용해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고 한다. 이씨는 이후 딸과 함께 피해자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트렁크에 실은 뒤, 이날 밤 9시30분께 딸과 함께 강원도 영월군 야산에 유기했다고 한다.
경찰은 딸이 아버지인 이씨에게 심리적·경제적으로 강하게 종속되어있는 상태로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딸은 집에 도착한 피해자에게 준비한 음료수를 줬고, 이후 친구가 “감기기운이 있다”고 하자 아버지 지시가 없는 데도 수면제 성분의 알약 2개를 감기약으로 속여 먹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딸의 심리를 분석한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한상아 프로파일러는 “딸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또 아버지가 자신의 치료를 위해 모금활동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강한 종속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서, 비정상적인 아버지의 행동도 딸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 북부지검에 송치되기 전 중랑경찰서에서 나오면서 “아내가 죽은 뒤 약에 취해있었고, 한동안 제 정신이 아니었다. 사죄드리고 천천히 그 죄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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