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박경숙)가 깨끗하게 씻어둔 고무신이 툇마루(전남 보성군 웅치면 부춘마을) 밑에서 돌아오지 않는 주인(백남기)을 기다렸다(왼쪽 사진). 남편이 경찰 물대포를 맞기 이틀 전 뿌린 밀을 아내가 뒤늦게 거두던 날(지난해 6월13일)이었다. 남편의 고무신이 있던 자리에서 아내의 신발이 남편의 부재를 말없이 말했다(오른쪽). 남편의 ‘마지막 밀’로 음식을 차려 남편의 1주기(9월25일)를 기리던 날이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2016년 6월과 그가 떠나고 꽉 차버린 1년. 그 사이. 하얀색과 파란색 사이.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 사이.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사이. 바뀌어야 할 것과 바뀔지조차 알 수 없는 것 사이. 남편이 쓰던 재떨이가 형님 생각나 찾아오는 후배들의 재떨이로 자리를 지키며 하늘과 땅만큼 먼 ‘그 사이’를 이었다.
보성/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