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 7명이 16일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항의성 표시로 전원 사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왼쪽)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함께 검찰청사를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항의해 총사임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등을 통해 ‘재판 보이콧’에 나설 수 있지만, 일정 차질 외에 재판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이 예정된 19일까지 기존 변호인단이 사임서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구속사건 등은 피고인의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게 돼 있다.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국선변호인이 여러 명 선정될 수도 있다.
새 변호인이 선임되더라도 당분간 재판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변호인 쪽에서 10만쪽이 넘는 수사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증인신문 등 절차를 미뤄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17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증인신문이 미뤄졌고, 19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증인신문도 진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만 한 판사는 “아직 사건 심리가 많이 남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최소한의 변론 절차를 보장한 채 직권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며 “재판부에서 절차 지연을 마냥 받아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선변호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재판 보이콧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선변호인이 불성실하거나 피고인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변론을 이어갈 때만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변경을 요청할 수 있기에, 정상적 변론을 하는데도 단순히 피고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바꾸진 않는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 판사는 “국선변호인은 피고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원활한 재판 진행과도 관련 있어서 합리적 이유 없는 변경 요청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불출석 카드를 거듭 꺼내들 수도 있다. 앞서 박 전대통령은 지난 7월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재판에 세 차례 안나오다가 재판부가 강제출석조처 가능성을 내비치자 출석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재판 때는 법원의 구인장 발부에도 불구하고 증인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구속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불출석 상태에서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끝내 출석을 거부하더라도 재판이 가능해 원천적인 ‘보이콧’은 불가능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보석을 청구하며 불구속재판을 호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두 번째 영장이 발부된 터라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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