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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성커녕 ‘정치투쟁’ 나선 박근혜

등록 2017-10-16 20:44수정 2017-10-16 22:15

법정서 “법치 이름 빌린 정치보복”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 전원 사임
‘실형’ 피할 수 없다 판단에 재판 흔들기
지지층 결집 ‘정치 해법’ 전략 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법정에서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까지 됐지만, 반성은커녕 여전히 자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정치보복 프레임에 편승해 ‘승산 없는’ 법정 투쟁 대신 정치투쟁을 벌이겠다는 노림수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6일 열린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기소된 뒤 처음으로 직접 법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어 “정치적인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공정성뿐 아니라 재판 절차 자체를 모두 부정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재판 보이콧’은 재판부가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반발에 발맞춰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 7명 전원도 이날 재판부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유 변호사도 이날 법정에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우리 사법 역사상 치욕적인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영장 재발부가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누구보다 사건 내용을 잘 아는 분들이 사퇴하면 그 피해는 피고인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또 “국민들에게 실체 규명을 밝히는 것도 지체될 수밖에 없어, 사임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 쪽의 이런 작심 반발은 유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뇌물 혐의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돈을 준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 공여자가 유죄 판단을 받았고 공무상 비밀누설이나 블랙리스트 혐의도 심리가 거의 끝난 상황에서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죄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서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의 공정성에 흠집을 내고 고정 지지층의 동정 여론에 호소하는 정치적 해법을 ‘출구전략’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말과 ‘광장의 광기와 패권적인 정치권력의 압력’, ‘야만의 시대’라는 유 변호사의 발언은 법정 발언이라기보다 정치 연설에 가깝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피고인은 무죄나 형을 낮게 받는 게 목표인데, 이런 식으로는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게 돼 당사자에게 도리어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콘크리트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정치적 제스처”라며 “유죄 판단과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법리 공방보다는 정치 다툼을 통해 선고 뒤 공정성에 시비를 걸려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탄핵과 구속, 기소에도 박 전 대통령의 태도나 시각이 국정농단 1~3차 대국민 사과 때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기 때문” 등 ‘진실’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사용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도 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는 발언에서는 여전히 최순실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드러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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