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박근혜 국정원’에서 불법 정치공작에 개입한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법원 내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은 이날 국정원 자금을 지원받고 ‘관제데모’에 앞장선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20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이 청구한 추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전체 범죄사실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피의자의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익전략실 팀장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문건’을 작성하는 등 야당정치인을 사찰·비판하고, 정부비판 연예인의 방송 하차, 국세청 세무조사 등을 요구한 혐의다. 박근혜 정부 때 국장으로 승진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실행·관여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처럼 10여년간 추 전 국장이 국정원 불법 활동에 깊숙이 개입했는데도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것을 두고 한 판사는 “1급 공무원인 추 전 국장은 국정원 내 고위간부에 속하며 영향력이 상당한데도 법원이 사안을 가벼이 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검찰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새벽 즉시 입장을 내 “법원의 판단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며 “추 전 국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 민간인 사찰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했다는 등 국정원 추가수사의뢰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적극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역시 이날 추선희씨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는 피의자의 신분과 지위, 수사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추씨는 2009년부터 국정원 직원 등과 공모해 각종 정치적 이슈에 대해 정부 또는 국정원 입장을 대변하는 관제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시위 과정에서 허위 사실 유포로 배우 문성근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2013년 8월 씨제이(CJ)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마치 시위를 계속할 것처럼 하면서 이를 중단하는 대가로 현금 1000만원 등 2200만원대 금품을 갈취한 혐의도 적용됐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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