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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기 앞에 가만히 있지 마세요”…‘호신용’ 주짓수 워크샵 가보니

등록 2017-10-22 15:40수정 2017-10-22 16:40

12명 여성 참가자들, 2시간 동안 주짓수 기술 배워
대부분 반격·방어 등 위기 상황 대처 기술
“주짓수 배우면 위기 앞에서 3초는 시간을 벌 수 있어”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 앞에서 30초를 버는 방법’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이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주짓수 기술을 직접 배워보고 있다.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 앞에서 30초를 버는 방법’ 워크샵에서 참석자들이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주짓수 기술을 직접 배워보고 있다.
늦은 밤. 으슥한 골목길에서 나를 쫓아오던 누군가가 다짜고짜 내 멱살을 쥐었다. 긴박한 상황, 잠시라도 시간을 벌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상대방이 쥔 내 멱살을 푼다. 빠르게 상대방의 뒤로 돌아 팔뚝으로 목을 조른다. 나머지 한 팔은 목을 조르는 팔에 걸어 함께 목을 압박한다…’ 목에 있는 경동맥을 눌러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을 차단해, 상대방을 기절시키는 ‘리어 네이키드 초크’라는 주짓수 기술이다.

지난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 앞에서 30초를 버는 방법’ 워크샵에 참석한 여성 12명이 서로 짝을 지어 ‘리어 네이키드 초크’ 기술을 연습했다. “이쪽 손으로 상대방이 멱살 잡은 손을 잡은 다음에…” “조금 더 세게 하셔도 괜찮아요.” 상대방의 기술에 제대로 걸려 켁켁거리며 ‘탭 아웃’(항복의 뜻으로 상대 선수를 치는 것)을 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아무리 힘을 줘도 상대방에게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이날 주짓수 강사로 나선 이윤영 영화감독은 “주짓수는 작은 힘으로 큰 힘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술”이라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이날 행사는 여성을 위한 기술을 연구하는 ‘여성을 위한 오픈 기술랩’(여성기술랩)과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여성작가 4명의 프로젝트 그룹인 ‘은파산업+α(알파)’가 함께 준비했다. 전유진 여성기술랩 소장은 “다음달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호신장비 만들기 워크샵을 열기 앞서, 몸으로 먼저 호신기술을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해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참가신청이 3일 만에 마감되는 등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주짓수 수련생으로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 <여자답게 싸워라>의 감독이자 이날 주짓수 강사로 나선 이윤영 감독도 “오늘 배운 과정을 도장에서 완벽히 배우려면 한 달에서 세 달 정도 걸린다”며 “기술을 배우면 위기 앞에 3초 정도는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 앞에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 앞에서 30초를 버는 방법’ 워크샵에서 주짓수 강사로 나선 이윤영(왼쪽) 감독과 임언주 주짓수 수련생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21일 낮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기 앞에서 30초를 버는 방법’ 워크샵에서 주짓수 강사로 나선 이윤영(왼쪽) 감독과 임언주 주짓수 수련생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12명의 수강생들은 2시간 가량 위기 상황을 피하기 위한 기본적인 주짓수 기술을 배웠다. ‘암바’나 ‘테이크다운’ 등 공격자와 정면으로 맞섰을 때 반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시저스스윕’처럼 자신이 쓰러졌을 때 공격이 들어오면 피하는 기술 등이다. 대부분 주짓수를 처음 접한 참가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힙 이스케이프’(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몸을 돌려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기술)을 배우면서도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대체로 “실생활에 필요하다”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다. 워크샵에 참가한 홍현숙(59)씨는 “주짓수를 배우기 전과 배운 후는 확실히 다를 것 같다”며 “나보다 딸이 배워도 좋겠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수업이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지(32)씨는 “평소 여성들은 지하철 등에서 변태를 만나기 쉬운데, 제압은 못해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아서 참석했다”고 했다. 1년 전 쯤부터 자취를 시작했다는 김보경(34)씨는 “혼자 사는 여자로서 서러운 순간이 많다. 얼마 전 열쇠 안 가져와서 열쇠 수리공을 불렀는데, ‘왜 이렇게 애교가 많냐’라고 해서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 오늘 주짓수를 배우니까 재밌었고, 호신용으로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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