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2층 라운지에서 고 이한빛 피디 1주기 추모문화제 ‘빛이 머문 시간, 빛이 채울 내일’이 열렸다.
방송 제작 현장의 부당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며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피디의 1주기를 맞아 방송업계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단 법인이 세워진다.
한빛추모법인준비모임은 26일 저녁 고인의 모교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2층 라운지에서 고 이한빛 피디 1주기 추모문화제 ‘빛이 머문 시간, 빛이 채울 내일’을 열고, 방송업계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사단법인 ‘한빛’(이하 한빛)의 출범과 향후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고 이한빛 피디의 동생이자 한빛추모법인준비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한솔씨는 이날 <한겨레>와 만나 “형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방송업계의 고질적 인 노동착취 문제를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죽음의 의미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방송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빛은 향후 고 이한빛 피디의 뜻을 기려 열악한 제작 환경에 시달리는 방송 종사자들에게 노동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법인사무실을 외주제작사 소속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법인은 고인의 생일에 맞춰 내년 1월24일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씨제이이앤엠 피디로 입사한 고 이한빛 피디는 자신이 조연출을 맡았던 티브이엔(tvN) 드라마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인 같은해 10월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피디는 유서에서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며 드라마 제작현장의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호소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 열린 고 이한빛 피디 1주기 추모문화제 ‘빛이 머문 시간, 빛이 채울 내일’에서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고 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씨는 “오늘은 진정으로 한빛이를 보내기 위해 축제의 마음으로 참여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아픔을 감추기 힘들다”며 “지난 1년 한빛이 일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는 고 이한빛 피디의 유가족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노조,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 이명한 씨제이이앤엠 티브이엔 본부장을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