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27일 검사장 등 현직 검사와 국정원 직원을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전 정부 국정원의 불법행위 처벌 과정에서 검찰 내부도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수사의 정당성과 동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강공 드라이브’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은 이날 “국정원 수사방해 의혹과 관련해 장호중 부산지검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 7명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이 2013년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려고 ‘현안 티에프(TF)’를 꾸린 사실을 파악했다. 현안 티에프에는 당시 현직 검사로서는 처음 국정원 감찰실장에 발탁됐던 장 지검장과 당시 국정원에 파견됐던 변창훈 법률보좌관(현 서울고검 검사)과 이제영 검사(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 검사 3명과 고일현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문정욱 국익전략실장, 하경준 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티에프 회의에서는 주로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대한 대응방안 등이 논의됐다. 특히 수사팀은 이들이 검찰 압수수색을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서류 등을 갖다놓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고, 심리전단 직원 등에게 허위진술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2013년 4월30일 국정원 압수수색 당시 파견검사 등이 ‘보안’을 이유로 검사들의 동선을 통제했고, 검찰은 ‘가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돌아왔다.
검찰은 일단 이날 압수수색 대상자들을 소환해 당시 활동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 오후 이 부장검사를 검찰로 불렀으며, 서 전 차장은 28일, 장 지검장은 2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는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이날 장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이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각각 전보 조처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혐의 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공감해 압수수색을 시행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후배 검사 및 수사관들도 법을 어기면 결국 낱낱이 드러나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안타깝고, 참담하다. (사건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티에프 구성원에 대한 조사가 일단락되면 조만간 ‘티에프 구성’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원장이었던 그에게 가장 큰 현안이자 과제였다. 당시 남 원장이 야당의 반발과 국제적인 망신을 감수하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강행한 것도 검찰의 대선개입 수사를 다른 이슈로 전환하려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있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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