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 중의 한 명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이 29일 오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하는데 관여한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재판 방해 행위 등을 당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그 측근들로 구성된 ‘7인회’가 주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7인회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주목된다.
29일 <한겨레> 취재 결과, 당시 7인회 멤버 대부분은 원래 근무했던 기관으로 돌아가거나 퇴직했지만, 변아무개 정보비서관(현 국방대학원 교육파견)은 아직 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남 전 원장의 불법행위를 밝힐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당시 ‘7인회’ 결정 상황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변 비서관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변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는 등 현 정부 주요 인사와도 두루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7인회 조사가 지지부진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변 비서관은 지난해 말 한 언론에 “추명호 전 국장의 ‘에프(F)4 라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 보안누설 혐의로 내부 감찰조사를 받았지만 정보학교 좌천 등은 피했다고 한다. 당시 변 비서관의 휴대폰 통화 내역에는 청와대 수석뿐 아니라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과 빈번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고, 변 비서관이 이들에게 인사청탁 등을 한 사실이 파악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인들과의 통화 시점이 본인이 동의한 휴대폰 조사 기간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은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원장이 공식 조직이 아닌 비공식 측근모임을 중심으로 국정원 수사 대응 등에 나섰던 것을 두고는 국정원 내부에서도 사안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한 수사 방해, 위증 교사 등 국정원 불법행위 작동 방식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2013년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과 관련해 당시 국정원 ‘현안 티에프’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조만간 ‘7인회’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티에프’ 구성은 7인회가 결정한 수많은 사안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7인회 구성원들에 대한 개별 조사가 진행되면 앞으로 남 전 원장에 대한 혐의 입증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검찰은 일단 검찰 수사 방해 의혹 등으로 남 전 원장을 출국금지한 상태지만, 향후 이 정도 선을 넘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과정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 27일과 28일 ‘현안 티에프’ 구성원이었던 이제영 부장검사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를 피의자로 소환한 데 이어 이날은 장호중 검사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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