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부산대에서 발생한 먹물 테러 사진(왼쪽)과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스타킹 테러’ 사건 피해자 sns 메시지.
“검은 모자와 코트를 입은 남성이 제 친구 다리에 잉크를 뿌리고 갔어요. 여러분 다들 조심하세요.”
최근 대학가 인근에서 여성들의 다리 등 신체 일부에 먹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이른바 ‘먹물 테러’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활동하는 페이스북 익명 공간인
‘부산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학내에서 친구가 ‘먹물 테러’를 당했다며 학우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이 올린 글을 보면, 지난달 10일 오후 4시께 친구와 함께 부산대 교내 공과대학 건물 앞을 지나던 중 검은 모자와 코트를 착용한 남성이 친구 다리에 잉크를 뿌리고 갔다는 것이다.
이 학생은 “친구는 살색 스타킹을 신고 있었는데, 그 위로 검정색 잉크 자국이 선명하게 뿌려져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식으로 잉크를 뿌려 스타킹을 갈아 신게 만든 뒤 버려진 스타킹을 다시 들고 간다는 말이 있어 너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이미 좀 걸어온 후에 발견한 터라 (먹물 뿌린 이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재학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게시글을 본 학생들은 수백 개의 댓글이 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치마 입고 다니기도 무서운 세상이다”, “세상에 정신 나간 사람이 참 많다”, “같은 날 경영관 앞에서도 똑같은 일 있었는데...” 등의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학생은 “이런 글을 안 쓸 수 있는 날이 올까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하신 분들 신고 좀 해주세요. 사람이 많아야 더 잡히기 쉬울듯 합니다”라며 신고를 독려하는 반응도 있었다.
<아시아경제>의 보도를 보면, 지난달 13일 서울 신촌역 인근에서도 20대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으로부터 ‘먹물테러’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피해 여성은 곧바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뒤쫓았으나 이미 도주한 뒤였고, 다리에 뿌려진 검정색 액체는 먹물로 드러났다.
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스타킹 테러’ 사건 피해 여성들이 sns에 올린 사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먹물 테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는 승무원 복장을 한 여성의 다리에 먹물을 뿌린 사건이 발생했다. ‘강남역 스타킹 테러’로 불렸던 이 사건에서 검거된 30살 남성은 2015년 말부터 이듬해 10월 말까지 16차례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강남역 주변에서는 여성의 다리에 잉크를 뿌린 뒤 ‘다리에 뭐가 묻었다’는 식으로 말을 걸며 접근해 성추행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먹물 외에도 여성에게 침을 뱉고 도망간 남성이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7월 서울 지하철 충정로역 에스컬레이터에서 ㄱ(38)씨가 27살 여성 ㄴ씨에게 침을 세 차례 뿌린 혐의로 붙잡아 조사했다. 경찰 수사 결과 ㄱ씨에게 당한 여성은 ㄴ씨 말고 3명 더 있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