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7일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재용 부회장 인사’를 지시하기 전날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와 최순실씨가 24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삼성 승마지원을 최씨와 상의해왔던 황 전 전무는 같은 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서 말 구매 허가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지원 사실을 알고 이 부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지시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현식) 심리로 2일 열린 이 부회장 뇌물 혐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6년 1월11일 (삼성의) 말 구매 허가가 이뤄졌고, 이 사실이 최씨를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알려지면서 (다음 날인) 1월12일 안 전 수석에게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이재용 부회장 인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2016년 1월12일자 업무 수첩에는 ‘1. 승마협회 + 마사회, 1) → 이재용 부회장 인사, - 현명관 회장 말산업본부장(독단)→경고, 승마협회장-현회장 연결 승마협회 필요한 것 마사회 지원’이라고 적혀있다. 안 전 수석은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박 전 대통령이 ‘현명관 당시 마사회 회장으로 하여금 이 부회장에게 대한승마협회 운영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라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특검팀이 2016년 1월12일 안 전 수석과 이 부회장이 4분59초간 통화한 사실을 묻자,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과 통화했다면 감사 인사를 (내가) 직접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인사’를 지시하기 하루 전날인 2016년 1월11일 관계자들의 통화내역을 제시했다. 이날 오후 2시37분께 황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에게 ‘사장님 그랑프리급 세금 포함 170만 유로 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박 전 사장은 오후 3시1분께 ‘오케이’라고 답했다. 이날 황 전 전무는 최씨와 3차례의 통화, 21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특히 황 전 전무가 박 전 사장에게 문자를 전송한 오후 2시37분 직전인 오후 2시35분에는 황 전 전무가 최씨에게, 오후 2시38분에는 최씨가 황 전 전무에게 문자를 보냈다. 세 차례 통화 중 두 차례 통화는 박 전 사장이 그랑프리급 말을 승인한 오후 3시1분 이후(오후 4시48분, 오후 5시40분)에 진행됐다. 황 전 전무는 최씨와 삼성 승마지원을 직접 논의했던 당사자로, 2015년 12월22일부터 이듬해 7월6일까지 210차례 걸쳐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삼성은 그 뒤 헬그스트란트 드레사지와 2016년 1월27일 그랑프리급 말인 비타나 브이(V), 한 단계 낮은 라우싱1233 매매 계약을 200만 유로(약 27억원)에 체결했다. 1심은 이 말들의 소유권을 최씨에게 넘겨 뇌물로 줬다고 인정했다.
황 전 전무·최씨의 통화내역과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특검팀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의 말 구매 허가 사실을 알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1월12일자 수첩에 적힌 ‘말 산업 본부장 독단 경고’ 등은 최씨가 알려주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지시를 받은 안 전 수석이 1월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현명관 전 회장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쪽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마사회가 대한승마협회를 지원하라는 것으로 승마지원이 공적지원임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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