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검찰의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 수사가 돈의 실제 수령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직진하고 있다. 40억여원에 달하는 뭉칫돈의 사용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난해 총선 당시 여론조사 등을 통해 새누리당 경선에 개입한 의혹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5일 검찰 핵심 관계자는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구속수감으로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한 큰 고비는 넘겼다”고 평가하며 “(40억여원 비자금의) 용처는 곧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에서 ‘뒷돈’을 받아 보관하고 출금하는 과정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과 증거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혐의 입증에 걸림돌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주말 동안 상납금 사용처의 정밀 규명 및 추가 혐의 확인을 위한 ‘다지기 수사’에 공을 들였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구속수감된 이·안 전 비서관을 연일 불러 보강조사하는 한편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이 전 경호관은 재직 시절 ‘주사 아줌마’, ‘기치료 아줌마’ 등의 청와대 출입을 돕고 대포폰 개설에도 관여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은밀한 씀씀이를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6월 법정구속돼 수감 중인 이 전 행정관은 이날까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4·13 총선 직전 청와대가 대구·경북(TK) 지역 새누리당 경선 여론조사를 하고 국정원에 비용을 대납하도록 한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새누리당 경선에 청와대가 개입하려 한 것 자체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론조사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선거법(86조)은 공무원이 특정정당 또는 후보자의 지지도를 조사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경선 통과가 곧 총선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구·경북 지역에서 ‘몰래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달여 동안 20여 차례나 여론조사를 한 데 비춰, 이른바 ‘진박’ 후보들에 대한 불법 선거지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진박’은 ‘진실한 친박근혜’라는 의미로 2015년 11월 박 전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발언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수사 속도로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직접 조사도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구치소 방문조사를 포함해 조사 방법·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에 나온 건 지난 3월21일 단 한 차례뿐으로, 3월 말 구속수감 이후엔 5차례 구치소 방문조사를 받았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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