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지난달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화이트 리스트’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 자금을 동원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들을 지원하도록 하고 ‘관제데모’를 비롯해 야당 정치인 낙선운동 하도록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아 구속된 허현준(49)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이 6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허씨를 기소하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현기환·박준우 전 정무수석 등 위선들과 공모한 사실도 적시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허씨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검찰이 집중 지원 단체 명단,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작성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를 재판에 넘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허씨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전경련을 강요해 2014년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 21개 곳에 24억원, 2015년 31개 단체에 35억원, 또 지난해 23개 단체에 10억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지원된 돈이 애초 전경련에 제출된 사업계획과 무관하게 집회·시위 용도로 사용됐고, 이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허씨는 일방적으로 지원금 규모를 결정해 전경련에 집행을 독촉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전경련 실무자가 자금 지원 관련 보고서가 부실하다고 지적하자 전경련 간부들에게 좌천성 인사조치를 압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또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월드피스자유연합 등의 단체가 전경련으로부터 1억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받도록 하고, 당시 야당의원 28명을 겨냥해 낙선운동에 나서도록 공모한 혐의도 받는다. 허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6월28일까지 월드피스자유연합의 국회 앞 야당의원 비판시위 등 20건의 시위에서 사용될 성명서를 수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직접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후 청와대 상급자와의 공모·지시관계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