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노트럼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열린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환영·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양측 간 충돌로 반 트럼프 집회 참가자 1명이 몸싸움 중 쓰러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이 참여한 ‘노(NO)트럼프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0시께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 규탄 집회를 열었다. 주최쪽 추산 1000여명(경찰쪽 추산 550명)이 모인 노트럼프 공동행동은 집회에서 “미국의 패권정책을 철회시키는 것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길인데, 사드 배치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국회와 정부는 귀도 기울이지 않았다”며 “트럼프는 평화를 파괴하고 인종차별적이며 전쟁광으로 국회에서 연설할 자격이 없다. 트럼프의 국회연설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양 손에 ‘트럼프 국회연설 웬말이냐’, ‘트럼프, 우린 널 환영하지 않는다’등의 손팻말을 들고 “전쟁고조 트럼프를 반대한다”. “무기강매 트럼프를 몰아내자”, “한미FTA 통상압력 트럼프를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8일 낮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주최 ‘미 대통령 방한 환영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성조기와 환영 손팻말 등을 흔들고 있다.
의사당대로를 가운데에 놓고 반 트럼프 집회가 열린 국회의사당역 2번출구 건너편 글래드 호텔 앞에선 같은 시각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미 대통령 방한 환영행사’ 집회가 열렸다. 주최쪽 추산 1만여명(경찰쪽 추산 8000명)이 모인 이 집회에서 김진호 재향군인회 회장은 “에이펙(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일 3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만 국회연설을 했다”며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은혜를 알고 우리의 최고 혈맹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의사당대로에선 양측 간 충돌이 빚어져 ‘노 트럼프 공동행동’ 집회에 참여했던 시민 김아무개(57)씨가 몸싸움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의 제지와 119 구급대원들의 도움으로 인도로 옮겨져 깨어난 김씨는 “트럼프 환영행사 참가자가 태극기를 단 막대기로 머리를 쳐 넘어지는 상황에 경찰까지 몰려들어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양쪽 충돌이 발생했던 자리에선 불에 탄 트럼프 반대 구호 손팻말과 성조기가 발견됐다.
‘노 트럼프 공동행동’ 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입장이 임박한 오전 10시40분께부터 국회를 향해 ‘트럼프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들고 “노 트럼프 노 워”(NO TRUMP NO WAR)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경찰은 국회 주변에 80개 중대 6400여명의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글·사진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