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의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질문하는 취재진을 뿌리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남 전 원장, 특활비 제공 인정
검찰 “국고손실 과정 우선 수사
비자금 관리방식 등도 순차 규명”
박근혜 추가 기소 불가피
검찰 “국고손실 과정 우선 수사
비자금 관리방식 등도 순차 규명”
박근혜 추가 기소 불가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 전 국정원장도 청와대 지시에 따라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지난 8일 소환한 남 전 원장을 상대로 19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으며, 남 전 원장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로 매달 5000만원씩 특수활동비를 전달했다’는 내용을 진술했다고 한다. 이날 아침 7시5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오던 남 전 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문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으로 2013년 3월~2014년 5월까지 일했다. 남 전 원장이 받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 상납 △‘화이트리스트’ 단체 지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수사·재판 방해 활동 개입 등이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이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을 통해 매월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 이 돈은 합법적으로 관리되는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전혀 별개의 돈으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금고에 따로 관리하며, 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처럼 썼다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남 전 원장이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상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향후 박 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장의 지시로 돈을 직접 전달한 이헌수 전 기조실장부터 현금을 직접 건네받은 ‘문고리 3인방’까지 모두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만 전 비서관 등은 ‘통치를 잘하기 위해 대통령이 쓴 것은 문제가 없지 않으냐’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 예산을 사용 목적과 다르게 유용한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추가 기소 수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본류는 국고손실 과정인 만큼 이 부분에 우선순위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다만 비자금 관리방식 등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 이어 오는 10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소환해 특활비 상납 관련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다음 주께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 차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병기 전 원장과 관련해, 그가 재직 중일 때 청와대에 건너가던 특수활동비가 기존 월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난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국정원장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 확인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의 피의자로 보고 있어 조사는 필요하지만, 조사 방식이나 시기 등은 추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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