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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 수사 코앞…MB 발목 잡을 ‘결정적 증거’ 3가지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7-11-10 14:40수정 2022-08-19 15:25

[더(The) 친절한 기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국정원 수사 ‘딱 한칸’ 올라가면 MB, 그도 포토라인에 설까’

한 달여 전인 지난달 6일 〈한겨레〉의 기사 제목입니다.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 투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는 검찰의 ‘국정원 적폐’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보도였습니다. 당시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구속)을 불러 ‘국정원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과 보수단체 지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추궁한 직후였습니다.

검찰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그 뒤로 검찰은 딱 ‘한 칸’ 계단을 올라선 것 같습니다. 물꼬가 트인 건 원세훈 전 원장이 아닌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서였습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군 사이버사령부에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댓글 공작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 7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김 전 장관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는 오늘(10일) 이뤄집니다.

김관진 전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상황에서, 관건은 어느 정도까지 지시를 했을까 입니다.

지시 형태가 애매하거나 보고를 받고 용인한 경우, 세세하게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가령 “나라가 온통 좌익들 천지인데, 국정원은 뭘 하고 있는 거냐”는 정도 언급이라도 있었다면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통령이 국정원에 먼저 ‘주문’을 하지 않았어도, 국정원장한테서 정치공작 실행 방안을 보고받고는 “그렇게 하라”거나 “잘 해보라”고 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만류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 의사 표시가 있었어도 그 역시 정치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의 ‘공범’이 될 수 있다.

-2017년 10월 6일 〈한겨레〉 국정원 수사 딱 한칸 올라가면 MB, 그도 포토라인 설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측근 등을 통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일일이 알고 대응하거나 지시하는 일은 없다”고 줄곧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좀 달라 보입니다. 꼼꼼하게 관심을 가지고 사이버사의 불법행동을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전 대통령이 해명해야 하는 ‘빼박 증거들’을 모아봤습니다.

1. MB가 직접 지시한 ‘댓글공작 사이버사 심리전단 증원’

사이버사 심리전단의 증원을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주장은 2013년부터 제기됐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깊이 관여한 2011년 ‘국방개혁 307계획’에 사이버전 인력 100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죠. 당시 MB정부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보고한 계획에 협조했을 뿐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습니다. 당시 댓글공작 수사를 진행한 국방부 역시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을 비공개로 2~3차례 방문조사한 뒤 무혐의 처리했죠.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하지만 사이버사 선거개입 재조사가 이뤄지면서, MB정부 비서관을 넘어 MB가 직접 개입했다는 ‘공식 문서’가 나왔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2012년 1011부대(사이버사령부) 수시 부대 계획 보고’ 국방 대외비 문건 원본을 열람했는데요.

40여쪽 분량의 이 문건에는 “2012.2.1. 대통령 인력 증강 재강조. 빠른 시일 내에 기재부와 협의하여 필요한 정원을 마련하고 군무원을 증원할 것”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2012년 3월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결과’ 문건에는 “군무원 순수 증편은 대통령 지시로서 기재부 협조 때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 을 명문화 강조”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꼼짝할 수 없는 첫 번째 증거입니다.

이 문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댓글공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전에 청와대가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유명인들 에스엔에스(SNS) 동향 △4·27 재보궐선거 당선결과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 동향 등을 보고 받은 사실이 이미 밝혀진 바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군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 불법성을 인지하고 증원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커 문건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 MB, 2012년 2월 “사이버사 증편” 재지시…‘댓글 개입’ 퍼즐 풀리나)

2. VIP(대통령) 강조사항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 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자체 조사를 통해 ‘VIP 강조 사항’이란 문구와 함께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고 적힌 국방부 내부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군 사이버사 인력 증원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지시했다는 건데요. 이 문건이 꼼짝하기 힘든 두 번째 증거입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검찰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물론 ‘우리 사람’이라는 말이 대북 사이버전 수행에 적합한 국가관이 투철한 인물을 뽑으라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답했지만요. 하지만 이미 사이버사가 대북 사이버전이 아닌 국내 정치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김관진 전 장관의 해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 대북 심리전 대신 ‘대남’ 작전 수행

사이버사 댓글공작을 벌인 530심리전단의 설립 취지와 활동 영역은 북한을 상대로 한 심리전이지만, 청와대는 이들에게 당시 국내 주요 현안에 대한 집중 대응을 요구했다.

문건을 보면 ‘북한의 대남 C(사이버)-심리전 대응전략’과 관련해 국방부가 ‘북한·종북세력의 위협 등에 대한 대응계획’을 보고하자, 청와대는 “창의적인 대응계획을 높이 평가”하면서 “주요 이슈에 대한 집중대응”을 요구했다. 청와대가 ‘주요 이슈’의 사례로 든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등으로 모두 당시 이명박 정부를 압박했던 국내 현안들이다.-

2017년9월25일 〈한겨레〉 사이버사 대면보고만 하라”는 MB 청와대, 댓글 흔적 지우기?

3. 청와대에 “VIP 비난 98% 대응지침 달라” 요구한 사이버사

그럼 이제 이렇게 ‘우리 사람을 철저하게 가려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두 차례 증원된 사이버사가 대통령을 위해 뭘 했는지 살펴볼까요?

사이버사는 군 내부 비밀전산망 케이직스(KJCCS)를 통해 이명박 청와대에 국내 동향 보고는 물론 구체적인 대응 지침까지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여론 동향 수치를 꼼꼼히 작성해 보고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공개한 케이직스 문건에는 국내 현안을 보고한 뒤 “대응 관련 지침을 주시면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530단장 이태하 배상”이라는 글이 등장합니다.

2012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근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에는 “총 46개 사이트, 기사 387건, 댓글 7899개→관심 폭증.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비난 98%, 기타 2%”라며 “향후 북한·종북 세력은 브이아이피 친인척·측근 비리 및 실정을 집중 부각하여 반정부 선전 선동에 악용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영화 포스터에 합성해 제작한 사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군 사이버사령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영화 포스터에 합성해 제작한 사진.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군 사이버사령부는 또 이명박 대통령을 영웅 슈퍼맨으로 합성한 포스터 등도 제작했죠. 사이버사가 만들어 배포한 사진을 보면 △MB는 국익, 경제, 안보 등을 고민하느라 24시간이 모자라고 △유럽발 경제위기가 불어닥치고 있지만, MB덕에 한국은 안전하며 △세계지도자상을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달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군 사이버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홍보 부대였던 셈이죠. 이런 행위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루된 세 번째 정황 증거가 될 겁니다.

“전전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합니다.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이제 곧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다가올 것 같습니다. 자료를 꼼꼼히 준비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설마 그 자리에서 “김관진의 과잉충성” 뭐 이런 이야기를 하시진 않겠죠?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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