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낮 인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활동 등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구속되면서 이제 관심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로 쏠리고 있다. 검찰은 12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를 날 선 표현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해 “별도의 입장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통령을 공범이나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며 외부의 정치공방에 휘말리는 상황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향후 이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바닥 다지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지난주 구속된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로 가는 ‘키맨’이 될 것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 혐의 입증을 위한 추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두 사람 구속으로 이 전 대통령을 향해 가는 수사가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안도감도 감지된다.
특히 검찰은 장차관에 이어 국방부 내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임관빈 전 정책실장(2011년 4월~2013년 10월)의 당시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군 사이버사령부는 애초 합동참모본부의 지휘를 받았지만, 2011년 7월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임 전 실장은 군 사이버사령부 보고계통이 아니었지만, 중간에 어떤 이유에서인지 작전 계통이 바뀐 것이다. 검찰은 구속된 임 전 실장을 상대로 군 사이버사령부의 보고계통이 바뀌는 데 이 전 대통령 지시 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임 전 실장은 육군본부 정책홍보실장으로 있던 2007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에 파견되는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인사들과 내밀한 소통이 가능했던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사이버심리전 강화를 지시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진술과 향후 추가 조사 결과도 이 전 대통령 혐의 입증에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7월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작 활동에 투입할 군무원을 증원한 것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령부 증원만 독특하게 지시했다. 이후 증원계획을 한두 차례 보고했더니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고 승인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디도스 공격 뒤 국가 주요 정책의 일환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두 사람에 대한 추가 수사가 마무리되면 군 사이버사령부 증원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등도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다. 당시 김 전 기획관 등이 참석한 청와대 회의를 정리한 문건에 ‘4·11 총선 총력대응 체제’ 등의 표현이 등장한 만큼, 이 전 대통령도 사이버사의 노골적인 총선 개입 의도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