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온 최순실 씨. 사진공동취재단
법정에서 더블루케이 전 이사인 고영태씨와 9개월 만에 마주한 최순실씨는 “국정농단을 기획한 것은 고씨”라는 주장을 이어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씨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인천본부세관장을 추천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13일 고씨 재판을 열고 최씨의 증인신문을 2시간여 진행했다. 고씨는 지난 2월6일 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9개월 만에 ‘공수 역전’이 된 셈이다. 이날 오후 3시께 법정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출석한 최씨는 “내일 이화여대 항소심 선고가 있어 불출석 사유서를 내려다 고영태 피고인이 전과가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탄원서를 냈다는 충격에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왔다”며 증인신문에 임했다. 지난 10월27일 보석된 뒤 첫 재판에 출석한 고씨는 최씨를 바라보기도 했다.
최씨는 이날 증인신문 동안 “나도 당했다”고 고씨를 비판하며 변호인과 신경전을 벌였다. 최씨는 “애초부터 체류 목적으로 독일에 가 있었는데 그걸 도피로 몰아갔고, 모든 증거 수집해 국정농단자로 몰려고 기획한 게 고영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뒤에서 일하는 걸 약점으로 잡아 틀어서 이런 사단을 만든거 아닌가. 그게 무슨 죄라고 지금까지 이렇게 하는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또 “더블루케이 전 과장 류상영씨가 국정농단 사건 관련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변호인의 질문에 “변호인이 고영태를 얼마나 잘 아는지 모르겠으나 국정농단으로 말씀하시지 마시라. 저도 당한 사람이다”라고 반박했다. 최씨와 변호인은 서로의 질문과 답변을 둘러싸고 계속 대립했다. 변호인이 “인천본부 세관장을 추천한 이유가 정유라씨 말과 관련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냐”고 묻자 최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거기서 왜 정유라가 나오는지, 말이 나오는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하게 말하는 게 증인에게도 좋다”는 재판장의 말에도 최씨는 “너무 희화화가 되니까. 저희 딸도 그렇고 얼마나 상처를 받고 있는지. 너무 과도한 거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호소했다.
고씨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최씨는 선을 그었다. 고씨는 인천본부세관 이아무개 사무관에게서 김아무개씨의 인천본부세관장 승진 관련해 22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최씨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다고 해서 한 번 추천했다”면서도 “추천한 사람에게 선물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0만원을 받은 게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최씨는 “제가 (고씨를) 도와주는 입장이었고, 신용불량이라고 해서 돈 4000만원을 준 적도 있는데 그런 애한테 200만원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냐. 200만원을 받을 군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고씨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고씨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최씨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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