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국가보훈처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3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의 위례신도시 아파트 터 특혜 분양에 국가보훈처의 ‘추천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지난 5월까지 무려 6년3개월 동안 최장수 국가보훈처장을 지내면서 보수단체들과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로 박 전 처장과 고엽제전우회 사이의 관계가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박 전 처장은 2004년 전역한 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변신해 자유대한민국지키기국민운동본부 이사를 맡았고,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국발협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종북좌파 정부’로 매도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 편향된 안보교육을 주도한 단체다. 최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조사 결과, 국정원이 안보교육을 강화하려고 박 전 처장을 초대회장으로 한 국발협 설립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이 단체는 2010년 설립 이후 2014년 청산 때까지 국정원으로부터 63억여원을 받아 임대료, 상근 직원 인건비, 강사료 등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보훈처장이 된 뒤에도 끊임없는 정치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2012년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종북’으로 매도하는 디브이디(DVD) 1000여개를 보훈처 명의로 제작·배포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같은 해 12월엔 “우리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다들 아시겠죠”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2014년 5월 보훈처 워크숍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큰 사건만 나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번에 특혜 의혹이 불거진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역시 관제 데모 지원 대상인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처장의 행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겨레>가 내부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고엽제전우회 19차 정기총회 자료집(2016년 4월)을 보면, 고엽제전우회는 2015년 1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종북 숙주 척결 및 이석기 중형 촉구 대회’를 열었다. 또 같은 해 3월1일과 9일에 각각 5000명과 3000명을 동원해 ‘종북숙주척결’ 집회를 개최했고, 8월에는 1만6000명을 동원해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촉구 대회를 했다고 나와 있다.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11조의2)을 보면 ‘고엽제전우회는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주요 고비 때마다 대규모 관제 데모에 나섰던 셈이다.
고엽제전우회는 자체 예산으로 신문광고도 집행했는데, 같은 해 4월22일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에 ‘세월호 1주년 추모식 불법집회 규탄 광고’를 게재했고, 5월7일엔 같은 언론사에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촉구 광고’를, 5월27일과 28일에도 ‘북한의 박근혜 대통령 비하 발언 반박 성명 광고’를 실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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