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2013년 한국토지주택공사(엘에이치·LH)에서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아파트 터(A2-3블록)를 분양받는 과정을 보면,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곳이 아니다. 분양을 받은 주체도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고, 입찰 공고를 하며 ‘보훈처 추천’이라는 사실상 수의계약 조건을 붙여 분양해준 엘에이치의 태도도 석연찮다. 국가기관인 보훈처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는 공문을 왜 발행해줬는지 등도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 보훈처, 왜 ‘유령조직’에 추천서 줬나
분양을 받은 주체인 ‘고엽제전우회 주택사업단’은 현재 국가보훈처와 고엽제전우회 양쪽 모두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물론 고엽제전우회 자체에도 등록되지 않은 ‘유령조직’이라는 의미다. 해당 공문을 전결 처리했던 보훈처 ㅅ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구나 보훈처 쪽은 이번 사안이 문제가 되자 “발행돼서는 안 될 공문이 나간 것 같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보훈단체는 회원 복지용이 아닌 토지분양 등의 수익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보훈처가 추천서를 작성하기까지, 당시 고엽제전우회 쪽과 박승춘 보훈처장 그리고 이들을 조율하는 또 다른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엽제전우회가 보훈처에 추천서를 요구한 시기가 엘에이치의 분양 공고가 나기 전이라는 점도 ‘보훈처-엘에이치-고엽제전우회’ 사이의 유착관계를 보여준다. 엘에이치는 2013년 6월17일 ‘공동주택공급 안내문’을 공고했는데, 공고 나흘 전인 13일 고엽제전우회는 추천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훈처에 보냈다. 그리고 같은 달 20일 보훈처는 추천서를 발행했고, 고엽제전우회는 8일 뒤에 사업자로 선정됐다.
■ 엘에이치의 이상한 입찰 공고 왜?
엘에치가 당시 ‘보훈처장 추천서’를 요구해 고엽제전우회 한 곳만을 위한 공개입찰을 한 것 역시 상식적이지 않다. 엘에이치 쪽은 “과거에 고엽제전우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ㅅ건설과 파주 운정지구 계약을 해제해 위례지구를 대체 공급했다”고 설명했지만, 관련 계약이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고엽제전우회 쪽은 ㅅ건설이 자신들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3년 당시 택지개발촉진에 관한 법은 엘에이치 등 공공기관이 아파트 터를 매각할 때 반드시 공개 추첨하도록 했고, 내부 규정 역시 미분양된 터라고 하더라도 바로 수의계약이 아니라 재공고하게 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재공고 때 특정한 조건을 달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엘에이치가 보훈처 추천이라는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엘에이치는 “당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던 필지여서 매수 의향이 있는 곳에 즉시 파는 게 필요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하지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위례신도시는 인기가 많았고,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사업을 이렇게 진행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사업으로 ㅅ건설이 거둔 순익 218억원 중 얼마가 고엽제전우회 쪽으로 건너갔는지,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다. 고엽제전우회 한 지회장은 “지금까지 고엽제전우회가 주택사업을 했다는 걸 결산보고에서 보거나 얘기조차 듣지 못했다. 해당 수익금이 누구에게 갔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최종훈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