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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수→전공의→간호사…‘내리 갈굼’에 멍든 의료계

등록 2017-11-14 17:57수정 2017-11-15 14:08

폭력적 위계질서 의료계 곳곳 구조화
교수-전공의-간호사-후배 간호사 ‘먹이사슬’
간호사 인권센터 설립하지만 실효성 의문

성심병원 ‘장기자랑’ 논란을 계기로 의료계 곳곳에서 갑질·괴롭힘 문화가 폭로되고 있다. 최근 드러나는 의료계 내부 폭력 사례들을 보면, ‘교수-전공의-간호사-간호학생’까지 의료계 권력관계에 따른 괴롭힘의 연쇄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간호사협회가 ‘간호사 인권센터’를 만들어 의료계 인권침해를 막겠다고 밝힌 가운데, 뿌리 깊은 폭력적 위계 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최초로 논란이 된 의료계 괴롭힘은 의대 교수들의 전공의 폭행이었다. 지난달 부산대·전북대 등에서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례가 공개됐다.

그런데 이렇게 폭행을 당한 피해 전공의 가운데 일부는 간호사에 대한 ‘갑질’로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대병원 ㄴ간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독 간호사한테 짜증을 부리고 간호사실 전화기를 집어 던지거나, 의자를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리는 전공의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교수에게 폭행을 당했던 전공의”라며 “교수에게 뺨 맞고 간호사에게 화풀이하는 식으로 고성과 욕설로 공포감을 조성하곤 했다”고 말했다.

권력 서열에 따라 폭력이 재생산되는 행태는 간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수간호사와 일반 간호사 사이에 만연해 있는 ‘직장 내 괴롭힘’이 대표적이다. 순천향대병원 ㄷ간호사는 ‘태움’(‘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간호사 간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 관행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수시로 갈구고 차트를 집어 던지는 등 괴롭히는 것 뿐만 아니라, ‘네가 잘못한 것 스스로 말해봐라’는 식으로 인민재판 하듯이 모멸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녁 근무(오후 3시~밤 11시)하는 선배 간호사가 시간이 됐는데도 나타나지 않아 낮 근무(오전 7시~오후 3시)하는 후배 간호사가 밤늦게까지 ‘종일 근무’에 시달리게 하는 것도 흔한 태움 수법이다.

의료계 안에서 ‘내리 갈굼’이라고 부르는 이런 식의 ‘연쇄 괴롭힘’은 간호대 학생들에게까지 이어진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병원 실습 과정에서 약국 심부름·침상 정리·환자 안내 등 잡일에 시달린다. 선배 간호사들의 ‘외모 지적’도 감내해야 한다. 전북 한 대학 간호학과 재학생 ㄹ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6월 열린 대학병원 취업설명회에 선배 간호사들이 찾아와 ‘환자들도 예쁜 간호사를 좋아한다’, ‘너는 성형을 하는 게 어떠냐’ 등의 평가를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리 갈굼’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간호사 인권센터 등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간호대학 교수 ㅁ씨는 “간호사 인권센터가 부당한 처우 사례를 조사하거나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 인권센터가 설립되면 고용부 등과 현장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김양중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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