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피곤한 듯 천장을 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15일 ‘롯데홈쇼핑 후원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조사 방침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귀국하는 날 현직 청와대 수석 소환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검찰 수사가 전 수석의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만큼 진전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전 수석을 상대로 롯데홈쇼핑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와 자녀들의 400만원대 기프트카드 사용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롯데홈쇼핑이 (전 수석이 회장을 지낸) 한국이(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제공한 것과, 협회의 자금운용 과정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며 “수사 진전 상황을 감안하면 전 수석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까지 (수사가) 진행됐는데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겸연쩍은 일”이라며 “다만 소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전 수석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두가지다. 검찰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한국이스포츠협회에 낸 ‘케스파컵 대회’ 협찬비 3억원이 대가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2015년 4월 롯데홈쇼핑 재승인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던 상황에서, 전 수석은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점이 근거다.
검찰은 지난 10일 재승인 과정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롯데홈쇼핑이 협회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전 수석의 비서관이던 윤아무개씨를 구속한 바 있다. 윤씨는 또 함께 구속된 또 다른 비서관 김아무개씨, 브로커 배아무개씨 등과 함께 후원금 일부(1억1000만원)를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30대 중반인 윤씨 등이 전 수석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후원금을 강요하고, 빼돌릴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협회 자금을 빼돌려 세탁한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는 한편, 아무런 협회 직함이 없던 윤씨가 협회 법인카드로 유흥비 1억원을 사용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협회 회장대행 자격으로 운영을 총괄하는 조아무개 사무국장을 긴급체포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전 수석과 가까운 제3의 인물들에게 ‘공짜급여’를 챙겨준 혐의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전 수석이 롯데홈쇼핑 쪽으로부터 기프트카드를 받고, 딸·아들 등이 470만원어치를 사용한 정황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전 수석과 강현구 당시 롯데홈쇼핑 사장이 만난 자리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강 전 사장은 검찰에서 “협회에 협찬비를 건넨 것은 광고·홍보비용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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