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그동안 조 회장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횡령·배임 의혹에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주말에도 새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그룹 회계담당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갔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19일 이 사건과 관련해 “주주가 있는 상장사인 ㈜효성과 그 계열사들이 조 회장 개인회사 성격이 강한 회사들에 투자한다는 명분으로 손해를 감수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주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특정 대주주에게 불법적으로 사용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대목은 조석래(82) 전 회장 때 벌어진 이른바 ‘은하수그룹 살리기’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하수그룹’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갤럭시아컴즈 등 조현준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갤럭시’(은하수)라는 이름을 쓰는 데서 비롯된 그룹 내 속어다.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부당하게 ‘은하수그룹’을 지원했다면 횡령·배임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고발된 내용을 보면, 조 회장이 1대 주주(지난해 말 기준 62.8%)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조명제조업)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2014년 1월과 2015년 3월 효성투자개발(부동산투자업)이 나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발행한 300억원대 채권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 검찰은 또 2008년 8~10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갤럭시아컴즈(전자결제사업)에 65억원을 대여한 과정,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효성노틸러스(금융자동화기기제조업)가 두미종합개발(골프장영업)에 85억원을 빌려주는 과정, 2008년 12월 ㈜효성이 펄슨개발 소유 토지를 47억원에 사들이는 과정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008년 6월 조 회장이 미술품을 사들여 판매하는 아트펀드를 세우는데 이때 ㈜효성이 연대보증을 서서 이후 324억원의 손해를 떠안은 게 아닌지도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소속 직원의 급여를 ㈜효성이 떠안은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조 회장의 헬스트레이너나 가사도우미, 심지어 근무한 적이 없는 ‘유령직원’들에게까지 10억원 안팎의 급여가 지급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효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이라 따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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