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삼청동 주한베트남대사관 앞에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한국 군인들에 의한 민간인학살, 성폭력 등 전쟁 피해자 문제에 대해 베트남 정부와 국민에게 사죄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참상을 규명하는 시민법정이 열린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 준비위원회(준비위)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50주기인 내년 4월20일부터 3일 동안 서울에서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을 규명하고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시민평화법정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시민평화법정은 1968년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퐁니·퐁넛 마을과 하미 마을 사건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두 민간인 학살 사건에 집중한다. 그해 2월12일 퐁니·퐁넛 마을에서 74명이, 열흘 뒤 하미 마을에선 135명이 한국군에 목숨을 잃었다. 두 사건을 비롯해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 학살 피해자는 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판은 당시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입은 베트남 피해자와 유가족이 원고가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피고가 돼 국가배상소송 형태로 진행된다. 시민법정은 정식 법정은 아니어서 판결에 강제력은 없지만 국가범죄 책임을 묻기 위해 광범위하게 활용돼 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도쿄에서 열렸던 시민법정이 대표적이다. 준비위는 시민평화법정에 모인 자료를 토대로 내년 하반기에는 실제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국가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 조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 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준비위는 12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법률팀과 10여명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조사팀으로 나뉜다. 조사팀은 참전군인들의 증언을 수집하고 한국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조사팀은 앞서 국가정보원이 1969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와 관련해 조사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이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한 상황이다.
정연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준비위 공동대표)은 “베트남 양민학살이 알려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공식적인 진상 조사조차 없는 상태다. 기억하지 않으면 망각되고 망각된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기 위해 베트남 양민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가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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