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최근 검찰에 수사의뢰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도 공소시효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아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임현)는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해 기록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사건 관련자를 소환해 직접 조사를 한 적은 없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법적 책임이 있는 이를 가려내고 처벌 절차를 밟기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앞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이 2009년 청와대에 전달됐고, 대선을 앞둔 2012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가 이를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정원은 지난 16일 해당 ‘관계자’를 특정하지 못한 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 법률은 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한 사람을 징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유출자로 수사 선상에 오른 사람은 당시 김태효 대외전략기획비서관과 김성환 안보수석 등이다.
국정원은 2013년 6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정보위원들에게 지난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문서로 배포했다. 사진은 국정원이 배포한 회의록 표지.
문제는 이 법 조항의 공소시효가 5년이라는 점이다. 국정원 개혁위는 “정치권 및 언론에 (대화록이) 유출된 경위를 확인한 결과, 2012년 12월 유출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 총괄본부장(새누리당 의원)은 대선 닷새 전인 2012년 12월14일 부산지역 대선 지원 유세에서 대화록 발췌본과 똑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날 청와대 보고서가 유출된 것으로 계산하더라도, 공소시효 만료까지 남은 기간은 겨우 23일인 셈이다. 검찰은 최대한 공소시효 만료 전에 사건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설사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관계자에게 문건을 줬다고 해도, 예를 들어 10월에 전달했고 공개를 나중에 한 것이라고 말을 맞추면 시효를 지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이 ‘국정원 적폐수사’와 관련해 공소시효 문제에 부딪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7월 ‘좌파연예인 대응 티에프’를 만든 김주성 전 기조실장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의뢰됐지만, 그는 2010년 9월 국정원을 퇴직했다. 직권남용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처벌이 쉽지 않게 된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은 공소시효가 5~7년인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대부분이어서 이명박 정권 후반인 2011~2012년 벌어진 범죄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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