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검찰이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의 공소장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추 전 국장은 지난해 우 전 수석 가족의 ‘넥슨 부동산 특혜매매’ 의혹을 감찰 중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사찰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을 사찰하고 부정적 세평을 정리한 보고서를 쓰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우 전 수석은 이들 문체부 간부 중 6명의 인사 조처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게 요구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추 전 국장의 공소장에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은 조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사찰 결과가 ‘비선 보고’되는 구체적인 과정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추 전 국장은 불법사찰 내용을 최윤수 전 차장에게 보고한 뒤 자신의 보좌관을 통해 해당 문건을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했다고 한다. 검찰은 당시 파견 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이 문건이 우 전 수석에게 전달된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또 우 전 수석이 2014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국정원 국익전략실(7국)의 정책정보는 감찰 정보로 활용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국익정보국(8국)에 직접 첩보 보고를 요청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소환해 관련 혐의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친분이 두터운 두 사람이 말맞추기를 할 수 있다고 보고, 같은 날 소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은 지난해 11월 넥슨 부동산 특혜매매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 우 전 수석은 고위공무원 세평 수집은 민정수석실 고유 업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 세평 수집 활동의 일부가 국정원의 불법사찰이었고, 우 전 수석이 적극적으로 요구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우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자신의 가족을 감찰 중인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한 보고서를 받아본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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