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능날 아침 세종정부청사에서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이준식 출제위원장, 민기홍 검토위원장이 출제 경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23일 수험생 못지 않는 ‘해방감’을 만끽한 이들은 수능 문제 출제위원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수능 당일까지 41일간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지내야 했다. 특히 올해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이들의 격리 기간도 사상 최장을 기록했다.
이날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수능 문제 출제에 투입된 인원은 모두 5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직접 출제에 관여한 출제위원만이 아니라 문제 오류를 점검한 검토위원, 영어듣기 평가에 참여한 성우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보안이 갖춰진 지방 모처에서 지난달 14일부터 합숙에 들어갔다. 건물 외곽에는 펜스가 설치됐고, ‘공사중’이라는 안내 팻말을 붙였다. 외부의 접근 자체가 차단된 것이다. 합숙기간에는 외출이 금지되고, 휴대전화나 전자우편, 쪽지 등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통신 수단을 사용하지 못했다. 문제 출제에 필요하더라도, 보안요원이 참관한 가운데서만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었다.
수능 출제위원은 하루 3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이 넘는 수능 출제 기간에 1천만원 가까운 보수를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달 이상 외부와 격리 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 한치의 오류도 용납되지 않는 문제 출제 과정의 스트레스로 인해 출제위원 자리를 고사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제위원만이 아니라 위원을 관리하는 경찰·보안요원, 건물 유지·관리 책임자 등도 꼼짝없이 외부와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다. 또 시험 문제가 확정된 뒤, 시험지를 인쇄하는 인쇄·포장 담당자도 최소 열흘 이상 ‘수능 격리’를 피할 수 없었다. 이런 관리 인원이 350여명에 이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정한 수능을 준비하는 이들의 노고로 올해도 수능이 무사히 치러졌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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