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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설적 투사를 넘어 매력적인 인간 ‘김병곤’으로”

등록 2017-11-26 18:41수정 2017-11-27 15:08

오늘 ‘김병곤 평전’ 출판기념회
자료·약전에 지인들 기억 더해
소설가 김현서씨 4년 걸려 집필
김병곤 평전. 실천문학사 제공
김병곤 평전. 실천문학사 제공

“(…) 검찰관님, 재판관님, 영광입니다. 유신 치하에서 생명을 잃고 삶의 길을 빼앗긴 민중들에게 이 젊은 목숨을 기꺼이 바칠 기회를 주시니 고마운 마음 이를 데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1974년 7월9일 오전, 국방부 비상보통군법회의 법정에서 열린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관련자들에 대한 공판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김병곤(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의 최후진술은 지금껏 민주화운동사에 전설로 남아 있다.

<김병곤 평전>을 집필한 소설가 김현서씨.
<김병곤 평전>을 집필한 소설가 김현서씨.
하지만 <김병곤 평전>의 저자 김현서씨는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구형받은 대학 4학년의 그가 담담하게 영광이라고 말했다는 겨울공화국의 전설도, 요동치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여섯 번의 구속을 겪은 남다른 이력도 다만 그의 삶의 한 부분이었을 뿐, 김병곤이라는 한 인간을 다 담아내는 표지는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김병곤은) 듬직하고 환한 산맥이었던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평전’은 “(서른일곱살) 짧은 생으로 인해 여름날의 그 산맥은 완결되지 않았으나 그에게 한 번쯤 사로잡힌 기억을 가진, 내면의 떨림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의 기억의 저장소”라고 설명한다.

1953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김병곤은 대학 1학년 때 광주대단지(성남)에서 도시빈민의 실상을 보면서 민중에게 쓸모있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이래 73년 최초의 반유신 시위, 74년 민청학련, 84년 민청련 등 조직 활동, 79년 동일방직 사건, 87년 구로구청 사건 등으로 여섯 번의 구속을 겪으며 온몸으로 투쟁했다. 옥중에서 암 진단을 받은 그는 90년 12월6일 서른일곱 짧은 삶을 마감했다.

저자 김씨는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1978년 이화여대에 입학해 역사를 전공한 뒤 95년 소설 <맞불>로 등단한 전업작가다. 고인과 특별한 개인적인 인연도 없고 민주화운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이력도 없는 그가 ‘평전’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동세대로서 어떤 부채감 때문”이라고 답한 그는 “운동권의 전설로만 갇혀 있는 투사를 넘어서 매력적인 한 인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1992년 나온 <고 김병곤 추모평가관련 자료집>과 2010년 20주기를 맞아 출간된 <김병곤 약전>(현무환 엮음)을 통해 구속 투옥된 사건, 각 사건에 대한 지인들의 기억과 회상, 암 투병 중 구술한 고인의 회고 등 고인의 투쟁사는 이미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여기에 2013년 59살로 작고한 부인 박문숙(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장)에 대한 기억도 더해져 500쪽 넘는 ‘평전’이 탄생했다.

실제로 ‘평전’에 실린 추천사에서, 민청학련 사형수 동지였던 이철 전 의원은 “내가 만난 최고의 인물 김병곤, 박문숙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삶과 정신이 후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참인간의 표상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썼다.

실천문학의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의 30번째 권으로 나온 <김병곤 평전>의 출간기념회가 27일 저녁 7시 조계사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다. 새달 3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묘역에서는 고 김병곤 27주기 추모식도 열린다. 고인의 고향 김해에서도 ‘추모 조형물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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